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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Feb 10. 2022

너만한 친구라도(2/10)

 친구야,

  겨울은 서서히 물러가고 이제 따뜻한 봄이 오려는가 봐. 장갑을 끼지 않아도 되고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지 않아도 되는 걸 보면 긴 겨울도 끝에 다다른 것 같아.


  추운 겨울은 그렇게 가고 있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하얀 눈 덮인 벌판에서 찬 바람만 불고 있는 느낌이야. 오늘따라 네가 그리운 것은 따뜻했던 너의 푸근한 마음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


  너만큼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었을까? 지금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너만큼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보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나의 진정한 내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도 없어.


  요즘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은 진정한 내가 아닌 그 사람의 색안경의 빛깔에 따라 달라 보이는 모습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뿐이야.


  나의 모습은 그저 한두 가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닐 텐데 많은 사람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그 한두 가지로 나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지.


  너는 나의 모습이 어떨지라도 너의 관점에서 판단하지 않고 순수하게 나의 모든 면을 보려고 노력했던 유일한 사람이었어. 네가 나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그 자체가 이 점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을 거야.


  어떤 사람은 나의 한 면을 가지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 게다가 그 한 면으로 나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고 판단하며 결정해 버리기도 하지.


  너와 함께 했던 그 시절이 점점 더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간다는 것이 별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을 텐데,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어떠한 일을 해도 받아주고, 내가 잘못을 해도 오히려 네가 미안해하고, 나의 속마음을 다 털어놓아도 다 들어주는 네가 있었기에 내 인생에서 그때가 제일 행복했어.


  이제는 너를 만나지도 못하고, 소식도 들을 수 없으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너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커져가는 것만 같아.


  오늘이라도 네가 나에게 달려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네가 어디 있는지 알기만 하면 내가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갈 텐데 그럴 수가 없으니 마음이 너무 허전할 뿐이야.


  그때는 내가 말만 해도 너는 나에게 달려왔고, 내가 내킬 때 아무 때나 너에게 달려갔건만, 지금은 그 누구도 나에게 오지 않고, 내가 달려갈 사람도 없어.


  오늘도 이렇게 해는 지는데 먼 하늘을 바라보며 너를 생각하고 있어. 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는 있는지 너무 궁금하지만 알 수가 없구나.


  원래 나는 그리 낙천적이지도 않고 행복을 추구하지도 않았지만, 오늘따라 왠지 그렇게 살아올 걸 하는 생각이 들어.


  친구야,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해 줄 수는 없는 거니?

아! 겨울이 다 지나가고 이제 따뜻한 봄이 오고 있으니 기운을 내라고?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후회하지 말라고? 최선을 다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글쎄, 그런 것은 다 필요 없고 너와 함께 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을 바라는 내 마음은 무엇 때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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