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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Feb 18. 2022

서귀포 잠수함

추억에 남을 제주 여행이 되기를 바라며 많은 계획을 세웠다. 이번 여행은 부모님을 위한 것이니만큼 부모님께서 전에 경험하지 못하신 것을 해드리고 싶었다. 그러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바닷속 밑에는 가보시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에 가보는 것이 어떨까 해서 알아보니 마침 서귀포에 잠수함 관광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주에 가기 전 혹시나 당일 잠수함에 자리가 없을지도 모르니 미리 예약을 하고 결재까지 마쳤다.


예약된 시간에 맞추어 서귀포로 향했다. 성산 일출봉에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간단한 서류 작성을 하고 잠수함을 타기 위해서는 서귀포항에서 일단 배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조그만 섬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그 섬에 잠수함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잠수함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객선에 올랐다. 배를 타고 가면서 서귀포항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항구 주위의 경치가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여객선을 타고 조금 가니 바다 가운데 조그만 섬이 하나 있었다. 잠수함을 타고 이 섬의 해저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제주도 근처에서 이곳이 바닷속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이야기를 안내원이 해 주었다.


우리 여객선이 섬 근처에 도달했을 때 잠수함이 올라와 있었다. 잠수함 옆으로 우리가 탄 여객선이 가까이 다가갔고, 여객선에 있던 사람들이 한 명씩 차례대로 잠수함으로 올라가서 잠수함 위 해치를 통해 사다리를 타고 승선을 했다. 사다리가 완전히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부모님이 타시기에 조금 불편했지만, 승무원들이 친절하게 옆에서 부축해 주어 정말 고마웠다.


잠수함에 탈 수 있는 최대 인원은 50명 정도였다. 모든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아 승무원이 자세한 안내를 방송으로 해 주었다. 우리가 탄 잠수함은 수면에서 약 50미터 정도의 깊이까지 내려갈 것이고, 해저에 있는 많은 어류와 산호들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신 부모님이 조금은 긴장되어 보였다. 승무원의 안내가 끝나자 잠수함은 서서히 바다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모습을 좌석 앞에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로 보여 주었다. 부모님도 그렇고 나도 잠수함은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겁이 나기도 했다.


서서히 내려가던 잠수함은 어느새 수면에서 50미터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나왔고 그대로 멈추었다. 잠시 후 우리가 앉아 있는 좌석의 앞으로 잠수부 한 명이 왔다 갔다 하면서 물고기에서 먹이를 주니까 근처의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들어 잠수부를 둘러쌌다. 그 많은 물고기를 끌고 잠수부는 우리 잠수함 주위를 수많은 물고기와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니 그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어류들이 너무나 많아 어떻게 저렇게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이 이 깊은 바닷속에 살고 있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잠시 후 잠수함은 산호초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주황색의 멋진 산호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있었다. 사실 나는 산호초를 처음 보았다. 부모님도 아름다운 산호초를 구경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신 듯했다. 지구상에는 참으로 신기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그 많은 것들을 우리는 일부만 보고 살아갈 뿐이다. 살아가면서 보다 많은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을 위하여 우리는 그리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기회가 있을 때 더 많이 보고 경험하고 느끼고 감동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잠수함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면에 도달해 문이 열리고 사다리를 타고 잠수함 위로 올라왔다. 부모님과 함께 태어나 처음 바닷속의 모습을 구경했다. 잠수함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눈을 들어 보니 푸른 하늘이 유달라 보였다.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추억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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