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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Feb 17. 2022

통갈치 요리

청주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40분 정도 지나자 벌써 바다 멀리 제주도가 훤히 보였다. 구름이 좀 있기는 했지만, 날씨가 좋아 비행기 위에서 육지를 너무나 잘 볼 수 있었다. 남해를 건너면서 바라본 바다도 너무나 평화롭고 편하게 느껴졌다. 마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부모님이 회복되셔서 같이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니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였다. 


  제주 공항에 도착해 게이트에서 나온 후 부모님께 로비에서 조금 기다리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내가 가서 렌터카를 찾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현규가 함께 갈 수 있어서 마음이 너무나 든든했다. 내가 없는 동안 현규가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있으니 걱정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현규는 요즘 아이하고는 다르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깊고 어른들한테도 너무나 잘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모른다. 그런 현규와 제주 여행을 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스러웠다. 군대에서도 운전병을 했기 때문에 내가 피곤하면 마음 놓고 운전대를 맡길 수 있다. 우리나라 군대에서 운전병을 했다면 에프엠 중의 에프엠이다. 나도 군수 3종 계원을 해봤기에 수송대 상황을 어느 정도는 잘 안다. 군대에서 운전이 주특기라면 우리나라에서 운전 실력은 가장 뛰어날 수밖에 없다.


  현규에게 부모님을 맡기고 렌터카 회사에 가서 자동차를 가져왔다. 부모님과 현규를 태우고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제주까지 왔는데 육지에서는 먹기 힘든 것을 사드리고 싶었다. 제주 오기 전에 점심으로 통갈치 요리를 점심으로 결정을 하고 왔다.


  음식을 잘 아는 사람들이야 제주 통갈치 요리도 제주에서는 흔한 것일 수 있겠으나 고향이 충북인 우리 가족은 경험하기가 힘든 요리이다. 일부러 부모님께 점심을 뭐 먹는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았다. 깜짝 놀라게 해드리고 싶었다. 사실 나는 제주도를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오게 된다. 학회나 다른 일로 인해 출장이 해마다 몇 번씩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학회를 한 해에 한 번씩은 제주에서 하는 경우가 상당히 흔하다. 예전에 한국 물리학회 때문에 온 적도 있고, 2년 전에 한국 재료학회로 얼마 전에는 한국자기학회 때문에 제주에 온 적이 있다. 그때 다른 분들과 통갈치 요리를 먹기는 했는데 처음이라 인상이 깊었던 기억이 난다. 2미터 정도의 길이가 되는 갈치를 자르지 않은 채 요리를 하니 육지에 사는 촌놈인 나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어릴 적부터 우리 집은 해산물을 그리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바다가 하나도 없는 충북에서 나서 자랐는데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70년대만 해도 먹을 수 있는 생선은 고등어나 꽁치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것도 가끔씩 먹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해산물을 봐도 그 이름을 잘 모른다. 고기를 자주 먹지도 않았고, 먹어봐야 닭고기와 돼지고기찌개가 전부였던 것 같다. 어릴 적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었던 기억도 없다. 당시에는 외식 같은 것도 없었던 것 같다. 가족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것은 경주나 서울같이 다른 지역에 여행 갔을 때 식당을 찾았던 기억밖에는 없다. 주말이니 가족이 함께 밖으로 나가 외식을 하는 개념조차 없었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 해 주시는 음식을 일 년 내내 집에서 먹었던 것밖에는 특별한 기억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나는 30살이 될 때까지도 회를 거의 먹어본 기억이 없다. 지금도 잘 먹지 못한다. 왠지 낯설고 맛도 잘 모른다. 


  점심시간이 아직 여유가 있어 드라이브 삼아 천천히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놓은 통갈치 맛집으로 향했다. 요즘에는 맛집에 대한 정보가 워낙 많아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 나는 자세히 검색할 시간도 없어 그냥 처음에 나오는 두세 군데 중 하나 골라서 간다. 맛이야 뭐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미식가가 들으면 참 어이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2시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식당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평일이고 코로나로 인해 제주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리를 잡고 통갈치 요리를 주문했다. 부모님도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식당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식탁에 2미터에 가까운 갈치요리 기구가 셋업이 되고 자르지 않은 기다란 통갈치와 전복, 문어, 새우 등이 요리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여쭈어보니 통갈치 요리는 처음 드시는 것이라고 하셨다. 요리하는 모습도 신기하고 요리한 음식을 먹어보니 맛도 있었다. 예상밖에 요리여서 그런지 부모님이 평소 드시는 양보다 두 배는 더 드시는 것 같았다. 현규도 얼마나 잘 먹는지 보는 사람이 다 기분이 좋았다.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축복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께서 항암치료를 할 때는 물조차 넘기기 힘드셨다. 하지만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이렇게 제주도까지 와서 통갈치 요리를 드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건강하실 때 맛있고 좋은 음식을 드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식사를 하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통갈치 요리를 다 먹는 데 한 시간도 더 걸렸다. 주인아저씨가 이것저것 친절하게 챙겨주시고 양도 듬뿍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통갈치 요리를 다 먹고 식당을 나올 때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너무 만족스러워하시는 것이었다. 음식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기분 좋고 행복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바로 앞이 바다가 바로 코 앞이었고 멀리서 산방산도 보여 경치가 너무 좋았다. 즐거운 하루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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