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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Feb 17. 2022

무심코 던진 돌멩이


생명복제의 메커니즘 중에는 우연으로 인한 돌연변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예외가 생명체의 또 다른 중요한 속성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오류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생명의 진화의 한 축이 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우연이 누적이 되어 생명체의 진화라는 필연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돌연변이가 처음 나타날 때 이 합목적적인 장치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느냐가, 우연으로부터 태어난 이 새로운 시도를 잠정적으로 받아들일지 혹은 영속적으로 받아들일지, 그것도 아니면 거부할지를 결정하는 최초의 본질적인 조건이 된다. 자연 선택에 의해 심판받는 것은 합목적적인 기능 상태, 즉 건설적이고 제어적인 상호작용들의 네트워크가 갖는 속성들의 전체적인 표현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렇기 때문에 진화 자체가 어떤 ‘의도’를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다시 말해 조상 대대로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꿈’을 계속 이어가고 확장해가려는 의도를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인간은 마침내 그가 우주의 광대한 무관심 속에 홀로 내버려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우주의 그 어디에도 그의 운명이나 의무는 쓰여 있지 않다. 왕국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연과 필연, 자크 모노)”


돌연변이는 일종의 자연 선택의 일부이다. 자연이 우연하게 그렇게 선택하게 된 것이다. 미리 그러한 방향으로 진화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우연에 의한 것이지만 이것이 나중에 어떻게 될 것인지는 그 당시에는 알 수가 없다. 자연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정해놓은 바는 없는 것이다. 자연은 원리에 의해 움직이지만 이러한 알 수 없는 세계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연이 자연의 원리가 되어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필연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우연이 어떤 종에게 있어서는 멸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것은 우연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우연한 변이가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우리 주위에는 우연하게 일어나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나하고 가장 친한 친구를 어떻게 만났는지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 친구를 미리 알고 그와 친해지기 위해 계획하고 만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요즘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학창 시절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우연히 만나 평생토록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 친구들을 만나기 전 나는 그들을 전혀 몰랐다. 이것은 결코 어떤 의도나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우연이 필연이 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우연은 아픈 필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을 잘못 만나 상처를 받기도 하고 고생을 하기도 한다. 나한테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나를 배신하고 사기를 치기도 하며 나를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한다.


연못에서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우연히 맞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은 정말 연못에 돌멩이가 있어 그냥 무심코 던진 것이었는데 개구리는 그 돌에 맞고 죽어버릴 수가 있다. 심심한데 장난으로 개구리를 맞춰볼까 해서 던진 돌멩이도 개구리에게는 죽음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인터넷이나 SNS에서 보면 댓글을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지만 그러한 댓글로 인해 상처와 아픔을 겪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선한 글이야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어떠한 유명인을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막말로 댓글을 무자비하게 쓰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야 그를 싫어하고 순간 기분도 좋지 않은 일도 있어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나 당사자가 보았을 때 받는 상처나 아픔은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전에 유명했던 영화배우나 탤런트, 가수, 유명 스포츠인들도 그러한 댓글로 인해 커다란 아픔을 받았고, 어떤 경우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다. 그냥 던진 돌멩이에 사람이 죽은 것일 수밖에 없다.


생각건대 대중적인 댓글이나 리뷰는 진실이 아닌 것도 너무나 많다. 사실이 아님에도 사실인 것처럼, 사실인데도 거짓인 것처럼, 진실을 과대 포장하고, 진실을 은밀히 감추고 하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고통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로 커다란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한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돌멩이를 들지는 말자. 그 돌멩이가 누구에게는 삶을 뒤틀어 버리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는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는데, 누구는 아무 생각없이 돌멩이를 던진다. 그 돌멩이에 맞아 죽은 소중한 생명은 결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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