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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06. 2022

은하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무리를 이루는 은하들은 중력적으로 서로 묶여 있다.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궤도 운동하듯이 하나의 은하군에 존재하는 은하들은 서로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 우주 공간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제한된 영역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은 그들 상호 간에 작용하는 중력 덕분이다. 은하군은 우주에서 매우 흔한 존재이며, 은하군 하나에 보통 10 내지 100여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때로는 훨씬 더 많은 수의 은하들이 한 군데 몰려 있기도 하다. 거대한 은하단의 경우, 한 개의 은하단에 1,000개 이상의 은하들이 있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은하단은 처녀자리 은하단인데 우리에게서 약 6천만 광년 떨어져 있고, 이 은하단에는 1,000개 이상의 은하들이 존재한다. 이보다 더 큰 은하단으로 머리털 자리 은하단이 있는데, 이것은 약 4억 광년의 거리에 있다. 머리털 자리 은하단은 은하들이 초속 수 천 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상대 운동하고 있다. 은하 내부에 있는 별들의 운동 속력에 비하면 은하의 궤도 운동 속력은 무척 빠른 값이다. 


나선 은하의 내부 성간 공간에서 기체를 발견할 수 있듯이 은하단 내부 공간에서도 기체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은하 간 기체는 여러 기작에 의하여 가열된다. 초음속으로 빨리 움직이던 어떤 은하가 주위의 은하 곁을 지나면 은하 내부에 충격파가 발생하며, 이 때문에 기체는 가열되기도 한다. 은하단 내부의 기체는 태초부터 가열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밀도가 희박하면 가열된 기체가 냉각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은하 간 기체의 밀도는 매우 희박하므로, 이 기체는 수억 도에 이르는 높은 온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이 정도로 높은 온도의 물질에서는 엑스선이 방출된다. 파장이 짧은 엑스선이나 자외선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흡수되기 때문에 거대 은하단에서 방출되는 엑스선 복사를 관측하려면 인공위성을 대기 밖으로 올려야 한다.


인공위성 관측을 통하여 거대 은하단에 상당한 양의 고온 기체가 존재함이 알려졌다. 눈에 보이는 별만큼이나 많은 양의 고온 기체가 거대 은하단에 넓게 퍼져 있는 듯하다. 은하 간 기체에서 방출되는 엑스선 스펙트럼에는 흡수선이 적어도 한 개는 보이는데 이것은 전리된 철 이온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성의 철 원자는 전자를 26개 가지고 있는데, 이 중에 한두 개만 남긴 채 나머지 전자들이 모두 전리되어 떨어져 나간 철 이온에서 방출되는 스펙트럼선이다. 은하 간 기체는 철 원자를 이처럼 고도로 전리시킬 수 있다. 온도가 낮은 기체에서는 충돌 빈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원자들이 쉽게 전리될 수 없다. 은하단 안에 은하 간 기체로 존재하는 철의 수소에 대한 함량비를 조사해 보면, 태양에서의 철의 함량비에 비하여 크게 적지는 않다. 왜냐하면, 은하 간 기체는 은하로 수축하고 남은 원시 물질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은하 간 기체가 원시 물질이 아니라면, 은하 형성에 원시 물질이 모두 쓰였음을 의미한다. 


철은 항성 진화의 최종 산물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어떤 과정을 통해서인지 항성 내부에서 생성된 철이 은하로부터 방출되어 은하 간 공간에 유입되었음이 틀림이 없다. 은하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더 어두워진다. 은하 형성의 초기 단계에는 질량이 매우 크고 밝은 별들이 많이 존재했을 것이다. 질량이 크므로 이러한 별들의 진화는 신속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행성상 성운의 단계를 거쳐서 결국에 신성이나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자신의 외곽층을 밖으로 터뜨려 내보내 거기에 갖고 있던 중원소를 외부 공간에 공급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중원소를 갖게 된 기체가 바로 은하 간 공간에 존재하는 은하 간 물질의 근원이라고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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