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이제 날씨가 정말 많이 따뜻해진 것 같아. 겨울옷을 옷장에 넣고 좀 더 가벼운 옷을 입고 다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따스하고 맑은 날씨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가볍고 부담이 없는 그러한 생활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이상이나 생각과는 확연히 멀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느낌이야. 현실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로 인한 외로움은 나의 존재의 의미마저 잠재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 더 많은지도 몰라. 내가 태어난 시기,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 내가 만났고, 만나고 있으며, 만나야 할 사람들이 나의 선택에 의한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아.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우리가 선택했다고 하더라고 우리는 그 현실에 만족하며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닐 것 같아. 지금 생각해 보면 과거에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러한 선택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최선이 아닌 최악의 선택이 된 것도 있어. 중요한 것은 어쨌든 우리는 지금의 현실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거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소중한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러한 느낌은 둘째치고 우리가 버거워하는 현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일까? 뿐만 아니라 거부하고픈 현실에서 도피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자아가 현존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한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외로움을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삶과 나의 존재가 분리되어 현실에서의 나 자신은 더욱더 혼자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친구야,
네가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은 어떤지 모르겠다. 너야 뭐든지 잘 해결하고 이겨나가니 걱정은 하지 않지만, 현실은 그 누구에게도 장담하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니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해.
나의 현실은 어떠냐고? 나야 능력도 없고, 부족하기만 하니 버거운 현실이 평생토록 따라다니고 있지. 그저 오늘 하루를 버티어 내고 있을 뿐이야.
이번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야외라도 나가려고. 현실에서 잠시나마 그렇게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거든. 좋은 데 다녀와서 편지할게. 너도 주말 잘 지내기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