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밤은 깊어가는데 아직 잠이 오지를 않아서, 음악을 듣고 있어. 이제는 자기 전에 음악을 듣는 게 습관이 돼서 조금이라도 음악을 들어야 잠이 들곤 해. 오늘은 그냥 평소에 자주 듣는 모차르트를 듣고 있어. 밤에 어울리는 악기는 뭐니뭐니 해도 피아노가 아닐까 싶어.
오늘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듣고 자려고 해. 이 음악이야 “엘비라 마디간”이라는 영화의 OST로 쓰여서 너무나 잘 알려진 거지. 그 영화로 인해 이 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너무 많이 알려져서 익숙하고 흔하지만 처음 듣는다는 마음으로 들으면 새롭게 마음에 와닿는 것 같아.
이 음악을 들으면 자연히 영화 엘비라 마디간이 생각이 나.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지만, 너무나 인상이 깊었기에 아직까지도 기억에 생생해.
영화에서 엘비라와 식스틴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함께 도주하지. 그들이 이미 이루어 놓은 것도 다 포기한 채 오직 둘의 사랑만을 위해 나머지 생을 살아가기로 하지. 요즘엔 이런 순애보적인 사랑은 드문 것 같아. 조건이나 환경,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더 크다는 느낌이야. 상대방을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보다는 상대방을 더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도 과감히 포기하지만, 요즘엔 그 반대인 것 같아.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사랑을 포기하는 경향도 많은 것 같아.
모차르트의 음악은 이 영화와 정말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엘비라와 식스틴의 순수한 사랑을 대변해 주는 듯한 맑은 멜로디와 물 흐르는 듯한 음악의 이어짐은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을 여지없이 표현해주는 듯한 느낌이야.
이 음악처럼 두 사람의 사랑도 완벽하게 이루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두 사람의 운명은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나게 되고 말지.
하지만 그들은 후회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러한 결말을 예상했을지도 모르고, 그 예상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없이 그들이 가야 할 운명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어. 비록 죽음에 이르기는 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선택해서 간 것이라고 믿고 싶어.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엘비라와 식스틴에게는 결코 비극이 아니었을 거야. 행복하게 자신의 소원을 이루었으니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없지 않았을까 싶어. 가장 행복한 죽음을 선택했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나는 이 영화나 음악 모두 아름답다는 것 외엔 다른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이제 이 음악을 한 번 더 듣고 자야겠지. 또 다른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