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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13. 2022

두근두근 내 인생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가슴 시리도록 슬프지만 푸른 하늘처럼 맑기도 한 그런 영화이다. 영화에서 고등학생인 대수(강동원)와 동갑인 미라(송혜교)는 17살의 나이에 아름이를 낳고 부모가 된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둘 다 집에서 쫓겨나 가난한 월세 집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아름이만 바라보며 살아간다. 


하지만 운명은 행복해야만 할 이 가정에 커다란 폭풍우를 몰고 온다. 아름이는 3,000만 명 중에 한 명 정도가 걸리는 희소병을 가지고 태어났던 것이다. 아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많아야 17살 정도까지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던 것이다. 


대수와 미라는 이러한 불행에도 불구하고 아름이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아름이는 16살이 되고 이제 그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된다. 16살이지만 80세가 넘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아름이, 그 주위에는 오직 아빠와 엄마, 그리고 우연히 컴퓨터 채팅으로 알게 된 소하와 예쁜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다. 세상을 전혀 경험해 보지도 못한 채 아름이는 이제 모든 것과 작별을 해야만 했다.


34살인 대수와 미라는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름이를 하늘나라로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자식을 잃어버리기에는 아직 너무나 젊은 나이였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 아름이는 다음과 같은 시를 쓴다.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내가 되고 싶으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움켜잡고 싶은 대수와 미라였지만, 자신들의 힘으로는 운명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을 수 없음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들은 서서히 아름이와 아름다운 작별을 준비하게 된다. 


아름이가 가장 원하는 소원은 새해가 되면 울리는 종각의 종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었다. 대수와 미라는 아름이의 마지막 소원이라도 들어주기 위해 대수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아름이와 함께 종각으로 향한다. 하지만 연말연시로 인해 시내는 길이 막혀 자동차가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새해가 다가오는 12시가 가까워지자 아직 종각에 도착하지 못한 채 아름이는 엄마인 미라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제야의 종소리에 대수와 미라는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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