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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r 12. 2022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


  가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임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프레임을 걷어내고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것에 만족하며, 존재 그 자체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이 감싸주지 않으면 이 세상에 누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 수 있을까? 


  문순태의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는 남편을 잃고 평생을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가 나이가 들어 변한 모습을 자식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해 물어보는 소설이다. 첫째 아들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는 나이가 들수록 변해가는 모습에 큰며느리는 그 변화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난번에 우리 집에 왔던 내 친구 정자는 화장실 변기에서 시궁창 썩는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내내 코를 쥐어 막고 있다가 냄새 때문에 오래 못 있겠다면서 금방 갔어요. 날씨가 후텁지근할 때는 더 심하다니까요. 이제는 냄새가 진득찰처럼 내 몸에 쩍쩍 달라붙어요. 밖에 나가면 친구들이 자꾸 나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라고요. 향수를 뿌려봐도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목욕을 해봐도 소용없어요. 비누와 향수로는 어머니 냄새를 제압할 수 없어요. 목욕으로는 내 몸에 깊숙하게 밴 냄새를 벗겨낼 수가 없다니까요. 우리 집은 소금에 전 간고등어처럼 온통 어머니 냄새에 푹 절어 있어요.”


  이에 임시방편적으로 큰아들은 어머니를 잠시 동생의 집에 한 달 정도만 계시도록 하게 한다. 하지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작은아들 집에서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


  “나는 전화를 끊고 허둥지둥 옷부터 꿰입었다. 갑자기 현기증이 일면서 가슴이 떨려왔다. 자동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가야 어머니를 찾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우선 도시를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큰길을 향해 달리는 동안 어머니가 했던 말이 뇌리에서 자꾸 부스럭거렸다. 그 냄새는 몸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살아온 쓰디쓴 세월의 냄새라는 말이 벌겋게 달궈진 부젓가락처럼 오목 가슴을 뜨겁게 파고들었다. 젊어서 남편을 잃고 병든 시아버지와 어린 두 자식을 위해 짐승처럼 살아온 어머니. 그것은 어머니가 살아온 신산한던 긴 세월의 더께 같은 것. 어머니의 냄새는 팔십 평생 동안 푹 곰삭은 삶의 냄새이며, 희로애락의 기나긴 시간에 의해 분해되는 유기체의 냄새가 분명했다. 나는 갑자기 어머니의 냄새가 내 몸의 모든 핏줄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자식이 어렸을 때 모든 것을 쏟아부어 키워놨지만, 세월이 흘러 자식이 자라 어머니를 돌보아 주는 상황에서 자식은 어머니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자식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어머니는 삶의 회의와 허무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집을 나가 어디론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생을 마감하기 위해 떠나 버리게 된다. 무엇이 어머니를 이렇게 만들었던 것일까?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가 없다. 누구나 부족한 것도 있고 허물도 있기 마련이다. 젊었을 때의 모습이 나이가 들어 늙어서까지 유지되는 것은 없다. 가족이나마 서로의 부족한 것을 이해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가 쉴 수 있는 가정은 존재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가족의 일원을 집 밖으로 몰아낸다면 그 누가 가정을 따뜻한 집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은 나이가 들고 늙어가기 마련이다. 그것에는 어떤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왜 잘 모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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