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식당(친구에게, 3/21)

by 지나온 시간들

친구야,

어젯밤에는 자기 전에 일본 영화 <심야 식당>을 봤어. 나는 사실 일본 영화는 거의 안 봐서 조금 보다가 재미가 없으면 그만 보려고 했는데 상당히 평범하면서도 왠지 마음에 끌려 끝까지 보게 되었어.

영화의 배경은 도쿄의 뒷골목, 차도 다니지 못하는 걸어서만 갈 수 있는 아주 좁은 골목의 작은 식당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야.


사람들은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곳 심야 식당에 들러서, 허기진 배를 간단한 음식으로 배를 채운 뒤 집으로 돌아가곤 해. 이 식당은 조금 작지만, 많은 사람이 항상 붐비곤 하는 곳이야.


그 많은 사람은 각자 다른 종류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 직업도 다양하고, 사회적 지위나 외모, 생각하는 방식, 살아온 환경, 그 모든 것이 전부 다른 채, 이곳에 들러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지.

식당 주인은 오는 모든 사람을 그 사람들 방식대로 받아줘.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종류의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주면 사람들은 그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삶의 끝에서 헤매다 우연히 이 식당을 들린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오고 갈 데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심야 식당 주인은 흔쾌히 그녀에게 자신의 식당에서 일할 기회를 주고, 식당의 2층에서 편하게 쉬면서 지내라고 도움을 줘. 그런 과정에서 식당 주인은 조용히 그녀를 응원해 주고, 묵묵히 지켜보면서 그녀에게 정성이 가득한 따뜻한 음식을 대접해 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던 그녀는 비로소 심야 식당에서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은 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기도 해.


또 다른 여인은 사랑에 실패하고, 이로 인한 아픔에 현실이라는 삶에서 도망치곤 했지만, 그녀 역시 식당 주인의 따뜻한 배려로 자신의 삶의 곡절을 다 받아들인 후 다시금 힘과 용기를 얻어 자신의 길을 새로이 출발하게 돼.


그 외에도 이 심야 식당을 드나드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모두 서로 다른 삶의 우여곡절들이 있지만, 그 지치고 피곤한 몸으로 식당에서 따스한 밥 한 끼 먹는 것으로 그나마 위로를 받곤 해.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심야 식당”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 열심히 나름대로 하루를 살고, 피곤한 몸으로 찾아가고 싶어 하는 곳, 따스한 밥 한 끼라도 정성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곳,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으며 상처 입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 그곳이 아마 심야 식당이 아닐까 싶어.


심야 식당을 들르는 모든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삶의 애환과 피곤함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주인의 정성 어린 밥 한 끼를 먹고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할 수 있었던 거야. 아주 작고 평범하며 음식 맛이 특별하지도 않은 그런 식당이었지만, 그 식당을 들른 사람들은 따스한 위로와 정성이 들어간 밥 한 끼, 그리고 편안하고 인정 있는 배려가 그리웠던 것이 아니었나 싶어.


영화를 보고 나서 나에게는 이러한 심야 식당 같은 장소가 어디일까 생각해봤어. 내가 힘들고 피곤할 때 마음 편하게 거리낌 없이 가서 따스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지, 그런 곳이 나에게도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니, 아직 나에게는 그러한 장소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언제쯤 그러한 곳을 갖게 될 수 있을까? 내가 힘들고 마음 아플 때 편하게 가서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심야 식당을 찾을 수 있었던 그 사람들은 어쩌면 행복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친구야,

나에게도 언젠가는 그 심야 식당 같은 장소가 나타나겠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도 편하게 받아주는 곳, 밥 한 끼라도 아무런 고민 없이 먹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어서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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