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어. 일어나 책을 보기 전에 잠에서 깨기 위해 음악을 들었어. 불현듯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이 생각이 나서 들었어. 이 곡은 흔히 ‘황제’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 그만큼 위대한 음악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일 거야.
특히 2악장을 들으면 아름다움이란 것이 무엇이지, 서정적인 것이 무엇인지, 예술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자연히 생각하게 돼.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어떤 잡념도 사라지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피아노의 선율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 다른 아무것도 필요 없고 다만 음악을 듣는 이 순간만이 중요하게 느껴져.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왜 우리는 감동을 받는 것일까? 단지 음표로 구성되어 있는 조합일 뿐인데, 왜 그러한 것들이 우리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일까?
나는 예술이나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겠어. 그러한 조합이 질서가 있을 것이고, 대위법이나 화성학을 따르는 것이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보다 그러한 음악이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만족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
2악장이 8분 정도 연주되는 동안 잠시라도 천국에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들었어. 평화롭고, 안식을 느낄 수 있었고, 어떤 욕심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저 사랑을 베풀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고,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일어나고 그랬어.
우리의 삶이 이러한 아름다운 순간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 씻고 아침을 먹은 후 일하러 가게 되면 다시 삶이라는 전쟁을 치러내야 되겠지. 그러한 과정에서 다시 마음을 다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고, 그러한 일들을 반복하다 집으로 돌아오면 지쳐서 쓰러져 잠이 들겠지.
그래도 그러한 하루가 주어진 것에 나는 감사해. 다시 새벽에 일어나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어쩔 수 없지만, 나의 어두웠던 마음에 다시 불을 밝혀야겠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삶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이제는 더 이상 크고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마음이 그 어떤 일에도 크게 상처를 받지 않게 되고, 나도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는 그러한 순환의 폭도 줄어들겠지. 그러다 더 세월이 흐르면 잔잔한 호수처럼 나의 마음도 그렇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고 싶어.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나도 전혀 동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찾아오기를 바랄 뿐이야.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오늘 하루도 노력하려고 해.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면 황제도 부럽지 않을 것 같아.
이제 베토벤도 듣고 너에게 편지도 썼으니 또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다. 오늘은 나에게 주어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하루니까 베토벤의 음악처럼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날로 만들어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