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빛나던 태양은 사라지고
피곤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사방은 어두운데 홀연히
나타나 나를 비추고 있다
이 밤에도 혼자 있지 말라고
밤새도록 같이 있어 주겠다고
밤의 공허함을 위로해주는 듯
하루의 피곤을 없애주려는 듯
힘들었던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려는 듯
허전한 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채워주려는 듯
그렇게 저 달빛은 영원히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순진무구한 베트남의 소녀 무이는 자기 집주인인 쿠엔을 위해 정갈한 밥상을 차린다. 쿠엔에게는 부잣집 출신의 적극적인 약혼녀가 있었다. 하얀 달빛처럼 순수한 무이, 혼자 밥을 먹다가 개미를 발견하고 웃는 그녀, 쿠엔은 무이가 진정한 자신의 달빛임을 알게 된다.
오래전부터 쿠엔을 조용히 마음속으로 연모해왔던 무이의 사랑은 결국 서로에게 영원히 함께 할 운명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무이의 순수함은 바로 어두운 밤하늘의 달빛이었다. 베트남의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다.
그린 파파야는 베트남에서 가장 흔한 식물이지만, 아무 데서나 자라는 평상시에는 주목도 못 받는 것이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함께하는 그러한 존재다. 쿠엔은 무이에게 글을 가르쳤고, 쿠엔이 피아노 연주를 할 때 무이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책을 읽는다.
“우리 집 정원에는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파파야 나무가 있다. 잘 익은 파파야는 옅은 노란색이고, 또 잘 익은 파파야는 달콤한 설탕 맛이다.”
서로에게 달빛과 같았던 존재인 무이와 쿠엔의 사랑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드뷔시는 그때까지 전해지던 음악의 형식과 규율 그리고 법칙을 벗어던졌다. 진정으로 음악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드뷔시의 달빛은 그래서 순수하고 아름답게 우리의 마음에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이와 쿠엔이 서서히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러한 존재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