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같이 하려고만
마음도 같은 줄로만
시작도 끝도 함께 하려고만
조금이라도 같이 할 수 있다면
마음이 조금 다르더라도
시작과 끝이 일치하지 않아도
따로 그리고 같이
마음 아프지 않게
그리고
오래도록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2악장을 듣는다. 두 대의 바이올린은 같은 선율을 연주하지만 각각 시차를 약간 달리하거나 음높이를 조금 달리해서 연주를 한다. 두 대의 바이올린은 독립적으로 연주하지만 서로 하나인 것처럼 대화하듯 각자의 선율을 주고받으며 연주해 나간다. 바이올린이 서로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양보하고 기다리며 어떨 때는 앞서가고 어떨 때는 뒤에서 가기도 하며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하나의 바이올린의 독주로 만들어지는 협주곡에 비해 더 많은 감동을 자아내는 듯하다.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의 배경은 미국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청각장애인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다. 이 학교에 유능한 교사인 제임스가 새로 부임해 온다. 그는 청각장애인 아이들에게 상대방의 입술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방법과 입으로 소리를 내는 법을 열정적으로 가르친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별 반응을 하지 않지만, 제임스의 노력으로 한 명씩 마음을 열고 수업에 열중하게 된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학교 청소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라, 그녀 역시 청각장애인이었다. 제임스가 사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사라는 어릴 때 경험했던 청각장애인에 대한 트라우마로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고 있었다. 제임스가 사라에게 다가가지만, 그녀는 그를 경계하며 가까이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임스는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사라에게도 가르쳐 주려고 한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커지면서 제임스는 어떻게든 소리 없는 세계에 갇혀 있는 그녀를 세상 밖으로 꺼내 주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며 사라는 제임스의 진심을 느끼게 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며 함께 살기 시작한다.
어느 날 제임스의 제자들이 집으로 찾아와 텔레비전을 큰 소리로 틀어 놓고 팝콘을 먹으며 왁자지껄 한 바탕 놀다가 모두 돌아간다. 하지만 사라는 아직도 그 세계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본 제임스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수화를 하지 말고 사라에게 같이 음악을 듣자고 한다.
제임스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틀어 놓는다. 두 대의 바이올린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속삭이듯 아름다운 멜로디로 공존하며 조화로운 음악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한 대의 바이올린이 잘난 척하며 독주하는 것이 아니라 두 대가 비슷하게 상대를 위해 자신만을 주장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연주하는 것이었다. 화합이라는 아름다운 세계의 진수를 두 대의 바이올린은 거침없이 보여준다.
음악을 듣던 제임스는 갑자기 일어나 음악을 꺼버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사라와 함께 할 수 없음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리고는 그는 말한다.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당신과 함께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고.
소리의 세계에 살고 있는 제임스, 침묵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라. 이 넓디넓은 강을 건널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본질적으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이 현실은 그 어떤 노력으로도 불가능한 것일까? 이러한 사실에 제임스가 절망을 느끼고 있을 때 다시 바흐의 음악이 들려온다. 사라가 조금 전에 들었던 <두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틀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사라는 제임스를 위로한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도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더 용기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같음을 강요하기보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