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이 복잡할 때마다 헨델의 라르고를 듣는다. 만약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 음악을 선택하고 싶다.
“내 사랑하는 나무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잎사귀여, 운명이 네게 친절히 미소 짓길, 천둥, 번개, 폭풍이 네 평화를 어지럽히지 않기를, 바람이 너를 모욕하지 않길,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그대의 시원한 그늘.”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의 첫머리에 나오는 아리아인 ‘시원한 그늘’의 노래 가사이다. 운명이라는 것은 나의 영역 밖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하는 것은 오직 기도뿐이다. 운명이 나에게 제발 친절해 주길, 고통과 어려움과 상처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 이어주길, 영광이나 환희도 필요 없으니 조용히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나에게는 일상이라는 것이 그저 조용하게 나무 그늘 아래서 쉬면서 시원한 바람이나 쐬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이제 천둥이나 번개, 폭풍 같은 것이 두렵다. 이제는 그러한 것을 극복할 용기도 의지도 사라져 버린 듯하다. 오직 평화만을 갈구하고 있는 나 자신이 겁쟁이인지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이제는 겁쟁이가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매일 평안하고 안식할 수 있는 그러한 날들로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더라도 상관없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관계없다. 욕심 많았던 젊은 시절이 후회스럽고, 앞만 보고 달렸던 지나간 세월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헨델의 라르고를 듣는다. 전에는 나 자신을 위해 기도한 적이 별로 없지만, 이제는 시원한 그늘에서 봄바람을 느낄 수 있는 일상이 되도록 오늘도 기도한다.
Ombra mai fü
Di vegetabile
Cara ed amabile
Soave più
Ombra mai fü
Di vegetabile
Cara ed amabile
Soave più
Cara ed amabile
Ombra mai fü
Di vegetabile
Cara ed amabile
Soave più
Soave pi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