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온 천지가 예쁜 꽃으로 뒤덮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꽃들이 지고 있어. 벚꽃이 절정을 이루었을 때는 정말 아름답고 멋있었어. 한없이 그 우아함을 자랑하더니 한 잎 두 잎 떨어지기 시작하고, 이제 남아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
꽃잎이 비처럼 날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꽃비라고 하더라. 어제 오후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시를 하나 써 봤어.
<꽃잎은 떨어지고>
꽃잎 떨어져 바람에 날리듯
언제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고
영롱한 이슬 햇볕에 사라지듯
남아있는 시간 보장도 없으리
오늘을 살아냄이 충분치 못하나
살아있음으로 바랄 것이 없고
이루지 못한 것 회한도 많으나
할 수 있었던 것이 있음으로 만족하고
나의 부족함으로 부끄러움도 많으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면 충분하리
여기에 있었음으로
많은 것을 느꼈음으로
충분히 경험했음으로
꽃잎처럼 떨어져도 아쉬움은 없으리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은 것 같아. 그렇게 예쁘던 꽃잎들은 저렇게 바람에 날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꽃잎의 운명은 그렇게 끝나고 마는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면 나뭇잎이나 꽃 위에 있는 이슬을 보곤 해. 출근하기 전에 조금의 여유라도 찾기 위한 나만의 시간이야. 하지만 햇빛이 나오기만 하면 맑고 투명했던 그 영롱한 이슬도 어디론가 쉽게 사라져 버려.
우리는 어떻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 억겁의 시간 속에서 무한한 인연 속에서 잠시 현재라는 시간과 극히 작은 공간을 빌린 채 꽃잎처럼 이슬처럼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꽃잎이 되어서 생각해봤어.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예쁘다고 하면서 즐겁게 사진을 찍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조금 더 많은 기쁨을 주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꽃잎도 그만의 운명이 있겠지. 며칠이라는 시공간을 빌린 채 그렇게 존재하고 마는 거겠지.
하지만 꽃잎은 꽃잎으로 살아냈기에 부족함은 없을 거야. 아름다움을 한껏 뽐낼 수 있었고,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어.
꽃잎이나 이슬도 미련은 있었겠지. 좀 더 많은 시간을 존재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겠지. 하지만 주어진 것이 그것이기에 어쩔 수 없었겠지.
떨어지는 꽃잎에게 내가 말했어. 고맙다고, 있어 줘서 정말 고맙다고.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마련해 주어서 고맙다고. 그러니 후회하지 말고 가라고. 너의 모습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여기 있었다고. 존재했던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너의 아름다움도 느꼈고, 많은 사람에게 무언가도 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렇게 말해 주었어.
꽃잎이 내 말을 알아듣기는 했을까? 알아듣지는 못해도 내 마음이 전달이라도 되었다면 좋겠어. 그리고 꽃잎에게 작별 인사를 했어.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과 끝이 있으니 언젠가 다시 만나지는 못할지라도 멋지게 헤어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