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사랑에서 깨닫게 되는 인생

by 지나온 시간들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는 2차 대전 이후 쓰인 가장 대표적인 전쟁 소설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프레드릭 헨리가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을 겪으면서 삶이란 처절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탈리아에서 전쟁 중인 미국인 장교 프레드릭 헨리는 우연히 스코틀랜드 출신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를 만난다. 처음엔 그냥 가벼운 관계로 시작되었으나 프레드릭이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후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부터 둘은 진지한 관계로 발전한다. 프레드릭이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나자 임신한 캐서린을 남겨 둔 채 다시 전쟁이 한창인 전선으로 떠난다. 퇴각 중이던 그는 죽기 바로 직전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다시 후방으로 돌아와 캐서린을 만나고 둘은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피신해 잠시 행복한 순간을 갖는다. 하지만 그 순간은 잠시였을 뿐 캐서린은 아이를 낳다가 아이와 함께 죽게 된다. 프레드릭은 먼 이국땅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홀로 남겨진다.


소설 처음에서 주인공인 프레드릭은 삶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몸만 어른이었지 생각하는 것은 아이와 같이 무지했다. 그는 삶의 방향도 모른 채 현실도 전혀 알지 못하는 그냥 적당히 살아가는 그런 한량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모르는 것, 일단 배워도 늘 잊어버리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다. 나는 나중에 그것을 깨달았지만, 그때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전쟁을 하면서 전우들이 부상을 당해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된다. 죽음은 삶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경험한다. 또한 잔혹한 전쟁상황에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삶의 소중함을 조금씩 느끼게 되고, 삶이란 무엇이지 조금씩 인식하게 된다.


또한 그는 캐서린으로 인해 서서히 삶에 애착을 가지게 되며,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게 된다. 이제 그는 진실된 마음으로 진중하게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생은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프레드릭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한순간에 잃게 되고 마는 것이다.


삶은 비극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 비극을 회피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오늘을 살아야 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언제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될지 모른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낭비해서는 안 된다. 나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군인의 생명이 한순간에 끝이 나버리는 상황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어쩌면 인생 자체가 전쟁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홀로 싸워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그런 전쟁터가 바로 인생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소설은 전쟁터에 던져진 듯한 우리의 비극적 삶을 살아내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비극 속에서도 아름다운 만남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아름다운 사람은 나의 마음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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