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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18. 2022

폭풍우가 불지만 사랑을 키울 수 있었던 언덕


영화 <폭풍의 언덕>은 영국 에밀리 브론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언니인 샬롯 브론테는 <제인 에어>로도 유명하다.


영화에서 언쇼씨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언덕 위였다. 그 언덕엔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영국의 전형적인 날씨처럼 그 언덕엔 비도 자주 내렸다. 비가 내리는 날에 여지없이 폭풍이 불어닥쳤다.


거센 폭풍이 불던 어느 날 밤, 언쇼는 고아 소년인 히스클리프를 집으로 데려온다. 오갈 데 없이 혼자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 불쌍해 그를 돌봐주기로 결정한다. 언쇼의 아들 힌들리는 아버지가 히스클리프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으며 히스클리프를 미워한다. 딸 캐시는 운명처럼 히스클리프와 가까워지며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갑자기 언쇼가 세상을 떠나자, 힌들리는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전권을 가지게 되고, 자신이 싫어했던 히스클리프를 학대하며 동생이 아닌 하인처럼 부려 먹는다. 힌들리의 무시와 경멸, 잦은 폭행에도 불구하고 히스클리프가 그 집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캐시였다. 히스클리프 역시 캐시를 마음 깊은 곳에 품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캐시가 나이가 들자, 캐시는 대저택의 아들인 에드가와 결혼하게 된다. 캐시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은 히스클리프임을 알면서도, 현실을 택한 것이었다. 이에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받은 히스클리프는 캐시를 떠난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신분과 처지로 인해 사랑했던 캐시를 잃었다는 생각으로 몇 년 후 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 돌아온다.


돌아온 히스클리프를 본 캐시는 충격에 빠지고, 사랑이 없는 자신의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학대한 힌들리의 복수를 위해 일부러 힌들리 집에 머물고, 노름에 빠져 있던 힌들리는 결국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언덕 위의 집을 히스클리프에게 넘겨준다. 히스클리프는 캐시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그 언덕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돈과 명예를 위해 에드가를 선택한 캐시를 미워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캐시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한편 에드가의 여동생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를 본 후 그를 좋아하게 된다. 이사벨라와 히스클리프가 가까워지는 것을 알게 된 캐시는 또 다른 충격으로 병을 얻게 되고,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캐시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히스클리프는 이미 땅에 묻혀 있는 캐시의 무덤을 파내 관을 꺼내려고 한다. 못질한 관이 열리지 않자, 히스클리프는 폭풍우 속에서 하늘을 보며 울부짖는데, 캐시의 영혼이 히스클리프에게 작별을 고하며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히스클리프와 캐시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어긋나면서 그들의 인생은 폭풍우 가득한 삶이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을 만나도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고, 매일의 삶이 행복할 수 없었다. 오직 서로를 그리워하며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하지만 어긋난 사랑이 다시 온전히 될 수도 없었다. 그러한 노력이 그들의 삶을 더욱 힘들고 아프게 할 뿐이었다. 결국 캐시는 세상을 떠났고, 히스클리프는 캐시가 없는 세상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영원히 바람이 끊이지 않는 폭풍의 언덕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언덕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시는 함께 사랑을 키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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