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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19. 2022

니모와 달팽이

사람에게는 왜 성의 구별이 있는 것일까? 굳이 두 개의 성이 필요한 것일까?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인간과 비슷하게 성이 구분되어 있을까? 생명체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바로 다양함이다. 그런 다양함에는 성에도 예외가 없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를 보면 니모가 홀아버지인 말리에 의해 키워지나 이는 일어날 수 없는 경우다. 니모의 세계에서는 엄마인 암컷이 죽으면 그 집단에 있는 가장 큰 수컷이 죽은 엄마를 대신하여 스스로 암컷으로 변해 새끼 니모를 돌본다. 영화에서 니모의 엄마가 죽었으니 아빠가 엄마가 되어 니모를 돌보게 된다는 말이다. 만약 수컷인 아빠가 죽었으면 엄마는 그대로 있고 다른 수컷이 아빠의 역할을 한다. 영화를 만들 때 어린이가 보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성전환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홀아버지에 의해 니모가 키워지는 것으로 대본을 만든 것이다. 


  니모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성전환이다. 니모는 인접성 자웅동체(sequential hermaphrodites)이다. 태어날 때는 수컷으로 태어나지만, 도중에 성을 바꾸어 암컷으로 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암컷으로 성전환이 되면 다시는 수컷으로 돌아올 수 없다.


  생명체에는 암수 구별이 없는 것들도 있다. 이러한 생물들은 스스로 자가 분열에 의한 방법으로 후손을 만들어낸다. 아주 작은 미생물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번식한다. 암수 구별이 있는 생명체들은 짝짓기를 해야 후손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만약 암수가 한 몸에 함께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지구 상에는 하나의 몸에 암수가 모두 존재하는 생물이 있다. 흔히 이런 생물을 “자웅동체”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달팽이다. 


  달팽이 한 마리 안에는 암수가 모두 들어 있다. 그렇다면 달팽이는 어떻게 후손을 만들어낼까? 자기 몸 안에 암수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몸 안에서 스스로 후손을 만들어낼까?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짝짓기라고 할 수 없다. 짝짓기란 누가 뭐래도 짝이 필요하다. 즉 다른 개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 마리의 달팽이는 어떻게 다른 달팽이와 짝짓기를 하는 것일까? 신기한 것은 두 마리의 달팽이가 서로 짝짓기를 할 때 한 마리는 자기 몸에 있는 암수 중 하나만 선택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달팽이도 자기 몸에 있는 암수 중 하나를 택한다. 첫 번째 달팽이가 자기 몸에서 암컷을 택하면 다른 쪽 달팽이는 자신의 몸에서 수컷을 택한다. 첫 번째 달팽이가 자기 몸에서 수컷을 선택하면 다른 달팽이는 암컷을 택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두 마리의 달팽이는 서로 몸을 맞대어 한쪽은 암컷 다른 쪽은 수컷이 되어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가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자웅동체로 돌아온다. 짝짓기가 끝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으며 암컷의 역할을 한 달팽이가 알을 보통 150~200개 정도 낳는다. 달팽이 알의 크기는 좁쌀 정도 된다. 그 좁쌀 같은 알에서 새끼 달팽이가 태어나고 바로 스멀스멀 기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아 먹는다. 


  자연에는 이렇듯 성에 있어서도 다양함이 존재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암수 구별 없이 자기 분열로 후손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니모처럼 전부 수컷으로 태어나 살다가 어느 순간 암컷이 되기도 하고, 달팽이처럼 한 몸에 암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더욱 고등한 생명체는 태어날 때부터 암수로 구분되어 태어나 각각 독립적인 개체로 살아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암수가 만나 후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스스로 후손을 만들어낸다면 양성평등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다. 니모처럼 성전환을 한다면 모든 개체가 일생에 있어서 수컷의 경험을 했으니 암컷으로 된다고 해도 양성평등이라는 단어가 그리 몸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달팽이처럼 한 몸에 암컷과 수컷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양성평등은 문제 될 것이 없다. 


  인간처럼 성이 구별되어 태어나고 독립적으로 살다가 서로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물학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그것은 인간이라는 한 종으로서 더 나은 후손을 위해 유리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기 복제는 종으로서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즉 자신만 계속해서 대대손손 지구 상에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더 나은 후손의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립적인 암수 간의 만남은 후손에게 있어 무한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DNA의 조합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현재의 나보다 나은 후손이 먼 훗날 살아가고 있게 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자신보다 못한 후손이 태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연의 원리는 그러한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 즉 그러한 경우가 발생하면 그 개체는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되고 만다.  


  게다가 인간은 자신의 상대방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고등동물에게도 그러한 기회는 있지만, 인간처럼 다양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이는 종의 차원에서는 신이 선물한 엄청난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상대 쪽 성이 자신의 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개체가 다른 개체와 차이가 있다는 것은 그 개체가 존재 자체로서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존재자를 존재하게 하는 원리로써 존재를 말했다. 비슷하게 들뢰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차이는 모든 사물들의 배후에 있다. 그러나 차이의 배후에는 아무것도 없다.”그는 존재들의 내부에는 스스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현 존재를 부정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차이가 존재를 만든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양성평등의 길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성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전쟁이 났을 때 양성평등이라고 해서 여성도 전쟁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남자가 군대를 가니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 채 양성평등을 원한다면 차라리 니모처럼 수컷으로 태어나 어느 순간 암컷이 되거나, 달팽이처럼 자웅동체로 살아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에는 결코 양성평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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