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May 21. 2022

부모님 면역주사 놓아 드리기

병원에서 부모님 면역 주사 놓는 것을 배워 왔다. 너무 자주 병원을 가시는 것도 힘이 들 것 같아서 내가 배워서 놓아 드리는 것이 나을 듯했다. 인슐린 주사처럼 피하주사이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아 잘 배워두면 집에서 편하게 주사를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비록 경험은 없지만, 병원에서 한번 연습을 해 보니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실비가 없어서 가격이 만만치는 않았으나, 일단 한 달 분량을 샀다. 냉장 보관을 해야 해서 약은 냉장고에 넣어 놓고, 주사기와 다른 것들은 약통에 잘 보관해 두었다. 주사 맞을 때 너무 아프지 말라고 바늘이 얇은 것을 병원에서 챙겨주었다.


  병원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나 아버지, 어머니 두 분께 집에서 처음으로 면역 주사를 직접 놓아 드렸다.

  면역 주사 놓는 순서는 아래와 같았다.


1) 0.5- 1cc 주사용 증류수를 뽑는다

2) 티모신 고무 중간 가운데 작은 구멍으로

   주사용 증류수를 넣고

3) 티모신 쇠 부분을 잡고

   하얀 티모신 가루약을 녹인다

4) 5초 정도면 다 녹습니다

5) 가위로 티모신 쇠 부분을 꽉 물고 나서

   고무를 벗겨 내

6) 아까 주사기로 바닥

   한 방울도 남김없이 티모신 약을 다 뽑고 나서

7) 노란색 가는 주삿바늘로 바꾸세요

8) 주사기에 바늘을 하늘로 향하고 주사기를

   손가락으로 툭툭 쳐서 공기를 위로 보내고

9) 공기를 제거

10) 바늘이 깎인 부분을 뱃살로 향하고

11) 알코올로 소독하고 나서

    옆으로 천천히 주사하세요      


  집에서 혼자 하려다 보니 조금 익숙하지 않았지만, 몇 번 하다 보면 곧잘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겁이 좀 많으셔서 어머니부터 놓아드렸다. 아버지께서 어머니 주사 맞는 것을 보시더니 마음이 놓였는지 아버지도 맞으셨다.


  부모님께서는 연세도 많고 커다란 수술도 했고 병환이 깊었기 때문에 면역이 너무 중요하다. 면역 주사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직접 주사를 놓아 드리니 마음 한편에서 조금 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건강하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삶은 엄청난 것이 없는 것 같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사람들과 편하게 세월을 보내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오만과 편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