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May 25. 2022

삶은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소중했던 친구와의 우정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순수했던 마음으로, 어떤 것도 바라지 않은 채, 그렇게 시간을 공유하며 친해져 갔습니다. 상대의 형편을 헤아리며, 서로를 배려하며, 나의 것보다는 친구의 것을 더 소중히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욕심이라는 것도 없이, 그저 함께하는 시간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누가 옳은지 따지지도 않은 채, 적당히 타협하면서, 친구의 의지를 인정하며 그렇게 시간이 쌓여갔습니다.


  신뢰는 시간의 누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어느 순간 가는 길을 달리 할 수도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많은 시간이 정을 쌓이게 한다고 하나 나는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단순한 시간의 합은 그저 시간의 흐름밖에 되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압니다. 그 친구와의 신뢰는 시간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우리만의 함수였다는 것을 그때 이미 알 수 있었습니다.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나 좋았기에 그러한 순간들이 아주 오래도록 계속될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생각은 오로지 희망 사항이었나 봅니다.


  삶은 나의 믿음을 무참히 깨버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가장 신뢰했던 그 친구와 아주 오래도록 얼굴을 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기쁠 때나 행복할 때나 그 언제든지 우리들의 삶을 공유하게 될 줄로만 기대했건만, 그것은 단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길을 따라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했고, 그 친구 또한 그 친구에게 주어진 길을 가야만 했습니다. 비록 어긋난 길은 아니지만 다른 갈래의 길이었기에, 살아가야 하는 공간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가다 보니 마음속에서 항상 그 친구가 있었으나 만나지도 못하고 이야기도 하지 못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공유하지도 못했습니다.


  시간의 절벽에 서 있었던 것인지, 공간의 끄트머리에 있었던 것인지 모르지만, 가장 소중했던 그 친구가 이제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살아는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이 상황을 예상조차 하지 못했건만, 삶은 이렇게 냉정한가 봅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날 수가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단언컨대 나의 평생에 그런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친구와 함께 했던 그러한 시간과 추억이 다시는 나의 평생에 없을 것이란 말이 되겠지요. 그 생각을 하니 왠지 서글퍼지고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렇게 소중했던 순간들을 다시 경험할 수 없다는 것에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삶은 그렇게 스쳐 지나가 버리는 것일까요? 스쳐 지나고 나면 영영 끝인 걸까요? 마음에서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그 시간들이 다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인가요? 아무리 만나고 싶다고 해도, 기쁜 얼굴로 예전의 그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도, 이제는 그러한 기회가 나에게는 없는 것일까요?


  스쳐 지나가 버리는 그러한 삶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러한 인연들이, 오늘따라 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몰랐고, 아마 지금도 그 스쳐 지나가는 것을 인식도 하지 못한 채 어쩌면 그냥 흘려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그 순간들, 아니 영원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계속될 줄 알았던 그런 소중한 순간들이 그저 지나가 버리고 나면 영영 그렇게 끝이 나는가 봅니다.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제는 마음을 접으려 합니다. 삶은 워낙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압니다. 아무리 소원을 한다고 해도 스쳐 지나가 버린 그 삶이 돌아오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스쳐 지나가 버린 나의 그 삶의 순간들이.



작가의 이전글 나는 누구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