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의 호도

by 지나온 시간들

예이츠는 왜 호수가 있는 조그만 섬으로 가려고 했을까? 그가 지금 있는 곳을 떠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있는 곳에서 계속 지내는 것이 더 익숙할 텐데 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굳이 꼭 떠나야만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우리가 어디를 떠나는 것은 떠나고 싶어 떠날 수도 있지만, 떠나고 싶지 않아도 떠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만약 지금 있는 곳이 완벽하다면 떠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을 것이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떠남은 새로움이다. 새로운 것을 찾아 지금 있는 곳을 떠나는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과거를 떠나 새로운 지금으로 그리고 더 새로운 미래로 떠나야 한다. 나를 잡아매고 있는 것으로부터 과감히 끊고 나아가야 한다.


지금 있는 곳에 희망이 없기에 새로운 곳을 찾아 그곳으로 가야 한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는 것들이 많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가야 한다. 다만 내 마음만이라도 평안해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곳으로 가야 한다.

<The Lake Isle of Innisfree>


William B. Yeats

I will arise and d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s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s: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이니스프리의 호도>


윌리엄 예이츠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진흙과 나뭇가지로 만든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고랑 콩밭을 일구며 꿀 벌통 하나 두고

혼자서 살으리 벌들 잉잉대는 공터에서


거기서 조그만 평화를 얻으리

평화는 천천히 내려오는 것,

아침의 베일에서 귀뚜라미 우는 곳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별빛,

한낮엔 보라색의 꽃빛,

저녁엔 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곳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물결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도로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조그만 밭 하나 갈고, 꿀벌을 치고, 귀뚜라미 소리, 새의 날갯짓 소리만 듣는 것으로도 삶은 만족할 수 있다. 거기에다 조용한 호숫가를 거닐면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없으리라. 삶은 진정 아무것도 아닌데 우리가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복잡하게만 만들었을 뿐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하나씩 없애야 한다. 나의 삶의 무거운 짐들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 내가 목표로 했던 것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러한 것들이 나를 힘들게만 했을 뿐이다.


나의 남아 있는 시간은 이제 호젓한 마음으로 더 이상의 많은 것을 추구하지 않은 채 오늘을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노력해서 얻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엄청난 것은 아니다. 그저 나의 마음이 평안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호숫가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이제 나의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살아가리라. 나의 삶은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으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호숫가의 조용하고 평안한 물처럼 그저 나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남아 있는 시간을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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