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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18. 2022

고차원의 세계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으로 이루어진 4차원 시공간이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4차원 시공간이 맞는 것일까? 더 이상의 고차원은 존재하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은 그의 상대성이론에서 이 세계는 시간과 공간이 하나로 되어 있고 절대 끊을 수 없는 관계라고 주장하였다. 그의 이론이 옳다는 것은 여러 가지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적어도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세계는 4차원 시공간이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 시공간은 시간의 1차원이 더해졌지만, 공간은 여전히 3차원이었다. 상대성이론 이후 1920년대에 이르러 공간이 4차원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이 이론을 주장한 사람은 독일의 테오도르 칼루자와 스웨덴의 오스카 클라인이었다. 칼루자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던 중 상대성이론이 4차원 공간에서도 성립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수식에서 가로 세로 높이에 또 하나의 방향을 더한다고 해도 이론에는 모순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만약 공간이 4차원이면,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되던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의 이론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차원 공간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새로운 물리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칼루자와 클라인의 이론은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고차원적 세계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는 물리학 역사의 전면에 들어서게 된다.


  물리학에서 고차원의 세계를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즉 만유인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 고차원 시공간에서 통일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러한 이론을 아인슈타인은 대통일 이론이라고 말하며 그의 여생을 보냈지만 결국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였던 그마저도 대통일 이론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현대 물리학에 의하면 이들 네 가지 힘은 소립자가 서로를 주고받으면서 전달된다. 소립자는 물질을 구성하거나 각종 힘을 전달하는 입자를 말하는데,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자연계의 최소 단위이다.


  전자기력은 광자라는 소립자를 통해 전달되는데,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도 자석끼리 당기거나 반발하는 원인은 한쪽 자석에서 방출된 전자가 다른 한쪽의 자석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광자끼리 서로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전자기력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흔히 물리학에서 말하는 통일이란 이제까지 별개로 생각되던 물질이나 현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공통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뉴턴은 천체의 운동이나 지구 상에서 떨어지는 운동은 모두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였다.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의 힘을 전자기력으로 통합해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자연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을 통일하려는 노력은 아인슈타인의 사후 끊임없이 연구되어 처음으로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시키는 이론이 성공되었다. 이는 미국의 셸던 글래쇼, 스티븐 와인버그, 그리고 파키스탄의 압두스 살람이 1960년대에 발표하여 ‘전약 통일이론’ 또는 ‘와인버그-살람 이론’이라고 불린다. 현재는 강한 핵력을 더한 세 가지 힘을 통일하는 이론도 성공하여 이를 ‘양자색역학’이라고 부른다.


  서로 다른 힘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원래 같은 힘인 것이 어떤 원인으로 다른 힘처럼 보이는지 그 원리를 밝혀내야 한다. 결국 중력을 다른 세 가지 힘과 통일하기 위해서는 본래 다른 세 가지 힘과 같은 정도로 강한데도, 중력만이 압도적으로 약해 보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중력이 다른 세 가지 힘과 원래 같은 힘이라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많은 물리학자들은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리고 중력만 유독 약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고차원 공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만약에 4차원 이상의 고차원 공간이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리학자들은 고차원 공간이 존재하면 중력이 4차원 이상의 방향으로도 퍼지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3차원 공간에서는 약하게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세계에는 3차원 이외에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차원이 있고, 중력이 그 방향으로도 전해진다면 중력은 4차원 이상의 공간으로 확산되어 엷어진다.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3차원 공간에는 중력의 일부밖에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약해 보인다.


  칼루자와 클라인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하기 위해 4차원 공간을 생각했지만, 결국 통일이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고차원 공간이라는 그들의 아이디어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디어는 1980년대 부활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초끈 이론’이다.


  초끈 이론은 자연의 최소 단위인 소립자를 미세하게 진동하는 끈이라 생각하는 이론이다. 이것은 영국의 마이클 그린과 미국의 존 슈워츠에 의해 제창된 것으로 그들은 10차원 시공간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0차원 시공간의 존재를 예언했다고 하더라도, 초끈 이론은 아직 미완성이론이며 증명되지는 않았다. 고차원 공간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중력이 약한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는 노력은 초끈 이론 외에도 다수 등장하여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3차원 공간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상식이다. 현대 물리학이 주장하는 고차원 공간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고차원 공간이 존재해도 우리가 그것을 인식할 수는 있는 것일까?


  물리학자들은 고차원 공간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매우 작기 때문에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숨어 있는 고차원 공간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높은 건물 위에서 아래 거리를 내려다보면 지면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즉 지면에 존재하는 것들은 분명 3차원 공간에 있지만, 건물 위에 있는 사람은 2차원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건물 위 사람이 생각하는 지면의 2차원이 실질적으로는 3차원이라는 것이다.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고차원 공간의 크기는 원자보다 훨씬 작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건물 위에서 지면에 숨어 있는 차원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이 예언하는 고차원 공간도 너무 작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칼루자와 클라인은 그들의 이론에서 3차원을 넘는 차원을 둥글게 마는 방법으로 차원을 숨겼다. 이러한 것을 흔히 ‘콤팩트화’라고 말한다. 2차원 평면을 둥글게 말아서 반지름을 작게 하면 1차원이 된다. 보이지 않는 차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것이다.


  콤팩트화라는 아이디어에 의하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4차원 공간이라면 3차원을 넘는 1차원만큼의 차원이 둥글게 말려서 숨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콤팩트화된 공간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를 3차원으로 인식할 뿐이다.


  3차원이 넘는 만큼의 공간 차원을 흔히 ‘여분 차원’이라고 한다. 3차원이 넘는 여분 차원을 콤팩트화 함으로써 관측된 실험 결과나 물리학 법칙과 모순되지 않게 하여 고차원 공간의 존재가 가능해진다. 콤팩트화된 여분 차원의 수는 단지 하나라고 한정할 수는 없다. 일부 물리학자에 의하면 9차원 공간인 경우 6개의 여분 차원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숨어 있는 여분 차원을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알고 있는 것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그것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항상 옳고 본인이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확신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없고, 볼 수 없으며, 인식하지도 못하는 것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건물 위에서 지면을 바라보고 2차원의 세계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매일의 삶에서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니며, 나에게 보이지 않는 것들도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길 때 진정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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