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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25. 2022

또 다른 나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어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말이나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원하는 삶이 있지만,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나의 삶이 내가 의도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한강의 소설 <왼손>은 어느 날 갑자기 주인공의 왼손이 조절이 불가능하게 되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고 찬물로 거품을 씻어내는 동안 그는 처음으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의 왼손이 상처 난 곳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왼손의 감각을 뺨을 느꼈고, 동시에 뺨의 감각을 왼손으로 느꼈다. 평소와 똑같은 정상적인 감각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의 왼손이 마치 나름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뺨의 상처 주변을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내면의 또 다른 나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다른 이에게 쏟아내기도 한다. 나의 또 다른 나는 마음속으로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나의 진심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은 오로지 현상적인 것에 의해 나를 판단하고 나를 대하게 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게 이 손 때문이야. 그는 자신의 왼손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로 되돌아가려는 것인지, 그의 왼손은 몸을 뒤틀며 오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었다. 왼손이 말을 듣지 않아. 이것 때문에 다 엉망이 됐어. 직장도 잘렸어. 이게 아니었으면, 그날 여기로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고.”


  내면의 또 다른 나에 의해 내 삶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 진정한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삶을 바꿔버리고 만다. 통제 불가능한 삶이 또 다른 나에 의해 나를 억압하고 만다. 


  “그는 오른손을 뻗으면 바로 닿도록 칼을 두고 망치를 집었다. 눈을 빛내며 망치를 치켜올렸다. 벼락같이 왼손이 따라 올라와 망치를 잡아챘다. 이번에는 그의 오른손이 왼 손목을 비틀었다. 망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왼 손목이 통증에 그의 미간이 조여졌다. 경고했지, 널 죽여버리겠어! 그의 오른손이 과도를 움켜쥐었다. 순간 뱀처럼 솟구쳐 오른 왼손이 오른 손목을 거머쥐었다. 놔, 이거 놔. 그의 얼굴 근육들이 뒤틀렸다. 이마의 핏줄들이 꿈틀대며 일어섰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오른 손목이 돌연 부러지듯 뒤로 꺾였다. 왼손이 과도를 낚아챘다.”


  내면의 또 다른 나는 나의 삶을 파괴해 버릴지도 모른다. 내 주위의 사람들을 모두 떠나가게 만들지도 모른다. 진정한 나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나 자신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게 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생각지도 못한 사건으로, 나의 내면에 없었던 말로, 나의 뜻과 상관없는 행동으로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나의 주인으로서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일까? 나는 얼마나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내 안에는 얼마나 또 다른 내가 존재하고 있는지,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참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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