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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02. 2022

잠시 미풍이라도 맞으렵니다

https://youtu.be/mRWxGCDBRNY



예전에는 일탈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의미 있는 순간들이 지속되는 삶이 진정으로 가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앞만 보고 뛰었고, 지쳐가는 내 모습을 인식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나의 내면은 여러모로 험하게 일그러져 갔고, 의미 있는 순간이 아닌 허무한 순간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어디에서 중단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게 만들고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했습니다. 가다가 멈추어야 하는 것을 계속 가속기 페달에 발을 올려놓은 채 그 발을 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이 생각되었습니다. 


  이제는 가끔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흘러가는 구름에 저의 마음을 얹어봅니다. 나도 모르게 구름 따라 떠가는 영혼을 느끼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 왜 그리도 어려웠던 것일까요? 무엇을 위해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을 아까워 했던 것일까요? 지쳐가는 나 자신을 왜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요? 나 자신을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일 뿐인데 왜 다른 사람한테서 그러한 것들을 기대했던 것일까요?


  어젯밤에는 비가 많이도 내렸습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빗소리를 가만히 들었습니다. 그 소리가 왜 그리 아름답게 들리는 것일까요? 예전엔 전혀 몰랐습니다. 빗소리가 이렇게나 좋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잠시라도 나 스스로 미풍을 맞으렵니다. 눈을 가만히 감고 불어보는 바람에 나의 마음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그 바람에 실어 보내렵니다. 그렇게 나 자신을 바라보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비록 이루는 것이 별로 없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것에 집착하지 않으렵니다. 


  여유를 가지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즐기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나의 생각을 비우고, 바람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듯이, 아무 생각 없이 미풍을 맞으렵니다.


  삶은 엄청난 것이 없음을 알기에 오늘 주어진 것을 만끽하며 지내려 합니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구름의 모습도 구경하며,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삶에 지치지 않고, 인생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나 스스로 주인이 될 수 있기 위해 잠시라도 여유를 찾으려 합니다. 이루어 놓은 것이 없어도 괜찮고, 바라는 것이 얻어지지 않아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 무엇보다 맑은 나의 마음을 위해 그렇게 미풍을 맞으며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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