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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02. 2022

영원한 것을 위하여

유덕화와 오천련이 주인공이었던 영화 <천장지구>를 보면 죠죠(오천련)의 아화(유덕화)에 대한 사랑은 지고지순하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아화는 조직폭력배 집단에 몸담고 있었고, 가난했으며,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아화는 죠죠에게 불친절하고 예의 없이 대했고 그녀에 대해 관심조차 별로 없었다. 


  이 영화의 제목 천장지구의 뜻은 무엇일까?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영원하다.

천지가 진실로 영원하고 구원한 까닭은

스스로 모든 삶의 주체라는 의식 없이 살고 있음이다.

그러므로 진실로 오래 살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그 몸을 뒤로 하지만

도리어 몸이 앞서고,

그 몸을 밖으로 던지지만 도리어 그 몸이 영존한다.

그 사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진정한 성인은 그 자아를 이루는 것이다. (도덕경 7장)   

  

  천장지구란 의식 없음이다. 자연에 있는 존재는 자신이 다른 것의 주체라는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각자가 주어진 길을 사심 없이 가면 된다. 다른 것의 주체가 되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죠죠는 아화를 순수하게 사랑했다. 그녀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화의 어떤 조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화도 나중에 그녀의 그 순수한 마음을 알았기에 받아들였다.


  성인이 몸을 뒤로 한다는 것은 앞서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지 않음을 뜻한다. 즉, 자신이 모든 것의 주인인 양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려 하지 않음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이 남이 따르게 되어 앞서가게 된다는 의미다. 사심 없이 자신의 길을 가다 보니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죠죠는 그렇게 진정한 사랑을 발견했던 것이고 아화 또한 그 순수한 사랑에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존재를 의식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길이 아닐지 모른다. 자연은 그냥 자신의 길만 간다. 다른 존재는 그 나름대로의 길을 간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관계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 죠죠는 아화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녀의 부모나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화를 위해 그녀는 모든 것을 버렸다. 이러한 사랑에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사람의 관계가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천장지구에 있는지도 모른다. 가까웠던 사람과 오래 계속되기 위한 길은 자신의 존재를 내세우지 않음에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은 나의 소유가 아니기에 그 사람의 길이 있다.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하게 하려는 이상 그의 길을 가는 데 있어서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른 이의 길을 방해하거나 나의 영향력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할 때,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죠죠는 아화가 가는 길을 방해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았다. 아화의 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죠죠가 몰랐을 리가 없다. 하지만 죠죠는 그녀가 사랑하는 아화였기에 그냥 믿고 맡겼을 뿐이다. 


  죠죠의 아화에 대한 사랑은 자연처럼 순수했기에 영원할 수 있었다. 어떤 이익이나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 죠죠의 사랑이었기에 천장지구라 이름 붙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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