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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03. 2022

강을 건넜다


  모든 것을 잃고 나니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게 될 때까지 나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어리석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나의 뜻대로 나 스스로와 주위의 사람들이 살아가게 하기 위해, 미련하게도 끝없는 탐욕 생활의 연속이었다. 


  욕심이 이렇게 나를 망칠지 몰랐다. 나쁜 줄 알았지만, 머리로만 이해했었다.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인 줄 알았다. 멀리 떨어진, 나에게는 다가오지 않는, 나의 세계와는 관계없는, 그러한 언어로 인식했을 뿐이었다. 


  그 욕심의 추진력은 나를 돌아보게 하지 못했고, 주위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는 눈을 가렸고, 소중한 것들이 나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멈추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욕심은 그 마음을 넘어섰다. 욕심은 악마가 되어 나를 삼켰고, 나는 그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가지고 있었던 것이 모두 사라져 버리자, 그때서야 그 무서운 탐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제는 가지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꿈꾸고 싶은 것도 없게 되었다. 


  나 스스로를 바라볼 수 없었던 세계에서, 이제는 매일 나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어찌할 수 없으며, 다가올 시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그저 오늘을 만족하며 살아갈 뿐이다. 


  “강을 건너는 자들은 얼마 없다. 대부분이 강 이쪽 기슭에 머물며 공연히 바쁘게 강둑만 오르내릴 뿐. 그러나 지혜로운 자들은, 길을 좇아서 죽음의 경계를 넘어, 강을 건넌다. 욕망으로부터, 소유로부터, 집착과 식탐으로부터 벗어나, 깨어남의 일곱 등불을 밝혀 온전한 자유를 만끽하며, 지혜로운 자들은 이 세상에서 스스로 깨끗하고 맑고 자유롭게 빛나는 빛이 된다. (법구경)”


  이제는 강을 건넌다. 미련 없이,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그렇게 강을 건넌다. 이 세계나 저 세계나 다름이 없음을 알기에 포기하지도 않고 희망하지도 않는다. 


  나 스스로 빛난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 누구를 비추어 줄 수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소용도 의미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단 말인가?


  강을 건너다 바라본다. 물이 흘러가는 것을, 바람이 부는 것을, 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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