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사람으로부터 받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왠지 착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던 습관을 조금씩 고쳐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다른 이들에게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주었다가 오히려 아픔만 돌려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만약 어쩔 수 없이 주어야 한다면 조금만 주고, 그 준 것은 거의 돌려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받는 아픔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그것에 어느 정도 해당하는 것을 돌려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도, 그 사람이 나에게 조금만 서운하게 하면 그동안 내가 그에게 준 것에 대해 많이 속상한 것이 사실입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그것을 다 줄 필요가 있었던 것일까요? 굳이 힘들게 주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모두 주어버린 것은 아닌가요? 어떤 것을 주고 어떤 것을 주지 말아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그 사람을 진정으로 생각해서 그것들을 주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것을 그 사람에게 주니까 기분이 좋기에 주었던 것은 아닐까요?
물론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것을 주었을 당시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주었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생각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나를 서운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거나 아니면 아프게 하거나 혹은 나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된다면 내가 준 그 모든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아마 그런 상황이 오면 사랑했던 그가 너무나 미워지고 내가 준 것이 아깝고 분해서 그 사람이 어느 순간 원수로 변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주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을 그리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 일반인들은 모든 것을 다 주고 아무것도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그들에게서 아픔을 겪게 된다면 커다란 상처로 남을 뿐입니다. 마더 테레사나 슈바이처 박사 같은 경우 정도나 예외가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아껴서 조금씩 주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은 것을 주지 않고 천천히 주려 합니다. 물론 제가 주는 것을 전혀 받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 없이 한 번 주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그리고 제가 준 것을 아예 잊어버리려 합니다.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차라리 주지 않으려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아무것도 주지도 말고 받지도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해서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아낌없이 모두 주고 싶은 마음도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것을 하지 못하게 한 경험 때문에, 이제는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정말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냥 줄 수 있을 정도로 주고 바로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않으려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제 마음이 편해질 수 있고 나중에 마음에 짐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