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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14. 2021

  물은 자유롭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마음껏 흘러간다. 높은 산에서 푸르른 나무들과 함께 있다가 계곡을 따라 시원스럽게 흘러내려 강이나 바다에 이르러 친구들을 만난다. 땅 위에 있던 물이 땅이 싫어지면 햇빛을 받아 하늘로 이동하기도 한다. 하늘에서는 구름이 되어 세상 온갖 구경을 실컷 하고 더 구경할 것이 없으면 비가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렇듯 이 세상에서 물처럼 자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물은 부드럽다. 너무 부드러워 항상 모양이 변한다. 하지만 물이 유약해 보여도 물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불꽃도 물을 이기지 못한다.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산불도 소나기 한 번이며 보란 듯이 다 사라져 버린다. 물은 무색무취하며 특별히 잘 나 보이지도 않아 어떤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힘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강해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별로 끌리는 것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물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부드러움이 바로 강함의 원리인 것일까? 


  물은 머무르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여 계속해서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 물은 흘러가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그런 가운데 자신은 섞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또한 어떤 일을 만나도 후퇴하거나 돌아가지 않는다. 이처럼 이 세상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물은 많은 것과 함께 할 수 있다. 원하는 자는 누구나 물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 계곡의 나뭇잎이 물과 함께 가고 싶으면 물 위에 떨어져 신나게 여기저기 갈 수 있다. 물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오고 싶으면 오라 하고 가고 싶으면 가라 한다. 그러기에 물은 그 많은 시간 동안 수많은 것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 무엇하고도 이렇듯 조화롭게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물은 없는 곳이 없다. 온 천하에 모든 곳에 존재한다. 땅속이나 땅 위에서 그리고 공중에도 물은 존재한다. 물이 이렇듯 모든 곳에 존재하는 이유는 그만큼 어디에서건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곳에서 필요하기에 물은 또한 그만큼 가치가 있다. 만약 지구 어느 곳에서 물이 부족하다면 그곳에 있는 생명체는 삶이 위험해진다. 식물이나 동물 등 모든 생명체의 보존을 위해 심지어 돌 같은 무생물의 화학작용을 위해서도 물은 꼭 필요하다. 물이 있으므로 지구 상의 모든 것이 생존할 수 있다. 


  물처럼 살고 싶다. 마음의 자유를 가지고 부드럽게 다른 이들과 다투지 않으면서,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앞으로만 나아가며, 많은 사람을 포용하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많은 것에게 나를 나누어 주며 그렇게 물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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