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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03. 2021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겪는 고통 중 하나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좋았던 관계가 다툼의 관계로 되면서 사람들은 많은 괴로움을 경험한다.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람들로부터 상처는 받지 않는다. 다툼이 일어난다면 그 원인이 반드시 존재한다. 여기서 그 원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고 계속 다투기만 한다면 결국 다시 좋은 관계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다. 


  다툼의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을 그 사람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그 사람과 다툴 수밖에 없다. 만약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좋아한다면 아마 다투기가 힘들지 않을까? 그 사람을 생각한다면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싸우기를 피하려 할 것이다. 그 사람이 나보다 중요하기에 그를 아프게 하기 싫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는 그다지 다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을 나보다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가까워지고 안정된 관계가 되면 오히려 더 다투게 된다. 왜냐하면 그 사람보다 이제는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으로는 그 사람과 다투는 또 다른 원인은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내가 먼저 스스로 싸움을 피하려 노력할 것이기에 다툼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내가 어떤 누구와 싸우거나 다투고 있다면 나의 결론은 그 사람을 나보다 덜 사랑하기 때문이며, 그 사람은 나한테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그런 맥락으로 볼 때 누군가가 나에게 싸움을 걸어오거나 나와 다투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나를 그다지 소중하게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나를 그리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누구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고 있지 않으며 그 사람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 사람은 나에게 별 의미가 있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의식적이나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와 싸우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툼의 원인만 찾고 끝난다면 별 의미가 없다.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건 나이건 서로가 서로에게 더 나은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른 말로 한다면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사람과 다툼의 관계로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도 나보다 더 나은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도 나와 다투지 않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 단계에서 우리는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아픔과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사실이 그렇다.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내가 옳고 그 사람이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 기준이 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존감이나 자존심의 문제가 아닌 객관적인 사실이 그렇다. 내가 그 사람보다 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이 있을까? 목숨을 걸고 싸울 만큼 내가 그 사람보다 엄청나게 훌륭한 것일까? 

 

 우리의 삶에서 아픔의 많은 부분이 인간관계 특히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그런 것인데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면 그러한 아픔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내가 다른 사람보다 그다지 나은 것이 별로 없다는 인식을 계속하고 있다면 나는 아마도 많은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아픔과 괴로움을 별로 느끼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그 사람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면 다툼 자체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함으로써 나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비로소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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