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에게 남아있는 것

by 지나온 시간들

많은 것을 잃어버렸을지라도 나에겐 아직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갈지라도 나에겐 아직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할지라도 나에겐 아직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어떠한 일이 생기더라도 나에게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이 땅에 두 발로 서 있는 이상, 그 모든 것이 다 사라지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 자신만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 또한 있기 마련입니다. 나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다시 생길 것입니다.


다른 존재를 의지하는 것이 힘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에는 괴로움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 존재를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아픔이 되기도 합니다. 그저 다른 존재는 있는 그 자체로 충분합니다.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은 나의 욕심일 뿐입니다.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 할지라도 영원히 나와 함께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나의 시작과 끝은 나일 뿐입니다.


나에게 어떠한 존재가 왔을지라도 어느 정도 함께 하다가 때가 되면 떠나기 마련입니다. 그 존재가 떠나고 나면 또 다른 존재가 오고, 그러한 일들의 연속이 삶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원한다고 하더라도 떠나갈 것은 떠나가고, 잃어버리는 것은 잃어버리고, 사라지는 것은 사라집니다.


물론 오래도록 함께하는 것도 있는 것이 사실이나, 어느 순간 갑자기 그 존재가 떠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에게 모든 것이 떠났다고 해도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 있기에 다시 힘을 내야만 합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떠나간 모든 것들을 위해서도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은 부끄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조금만 아파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래도 남아있는 것이 있기에, 그 남아있는 것을 위해 살아가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나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커다란 그 무엇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것을 위해, 아직 나 자신은 여기 있기에, 떠나가 버린 것은 마음에서 내려놓고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영원히 나의 곁에 남아있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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