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Aug 14. 2022

주인이 아닙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카렌(메릴 스트립)은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에게 청혼을 하지만 거절당합니다. 프로포즈는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합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프로포즈 하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고, 그런 경우 대부분 남자는 승낙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니스는 카렌의 프로포즈를 거절하고 맙니다. 카렌은 분명히 속이 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려는 카렌의 욕심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데니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린 여기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해.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야 (We are not owners here, We are just passing through.)”


  데니스는 사랑하는 사람도, 어떠한 물건이나 존재도 영원하지 않으며 언젠가 다 사라지니 그저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희망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궁금한 것은 데니스가 젊었을 때도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또한 젊었을 때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소유하고 싶었고, 그가 바라는 것을 얻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데니스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무언가를 소유했을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도 보았을 것입니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을 성취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 그의 모습이 이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욕망이 허무하다는 것을 경험했고,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을 잃어 보았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데니스를 카렌은 막상 떠나지 못하고, 점점 그를 닮아가게 됩니다. 그녀 소유의 커피 농장이 불에 타 그녀의 전 재산이 날아간 후, 그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이 살아갈 터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쓰는 그녀의 모습이 이를 보여줍니다. 그녀 또한 많은 것을 소유했었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나누어주는 사람으로 되어 갑니다. 그런 과정에서 카렌은 데니스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욕심과 소유를 버리고 떠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마 알게 된 듯합니다.


  그리고서 카렌은 마음을 비운 채 아프리카를 떠나려 합니다. 카렌의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려고 오는 데니스, 데니스에게 작별 인사라도 하고 떠나려는 카렌, 하지만 운명은 그들의 마지막 해후를 방해하고 맙니다. 카렌에게 오는 데니스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고 맙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가슴에 묻고 카렌은 자신의 소중했던 순간들이 있었던 아프리카를 떠나게 됩니다.   


  우리는 그 누구의 주인도 아니고, 어떠한 존재의 소유자도 아닙니다. 어느 순간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어차피 그것들은 언젠가 나의 손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가지려 애쓰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잃게 할 수도 있습니다. 데니스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그저 스쳐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아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