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Aug 18. 2022

예측 가능할까?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피에르 라플라스는 1799년부터 1825년까지 결정론적 우주에 관한 5권의 책 <천체역학>을펴냈다. 그의 핵심 이론은 어느 특정 순간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사물의 위치와 속도 그리고 그것에 작용하는 힘을 알 수 있다면, 모든 미래에 대해 이들 값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물의 미래가 완전히 결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모든 위치, 속도, 힘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라플라스의 생각은 어느 한순간에 그 근사치를 알 수 있다면 우리가 예측하는 우주의 미래도 결국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낳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육상 선수가 0.1초 출발이 늦어졌다고 가정하면, 결승선을 통과할 때도 0.1초 늦어질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즉, 초기 조건에서의 아주 작은 차이는 그 후의 결과에서도 아주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기상 모델을 연구하던 중, 자신의 기상 모델의 시뮬레이션 계산에 들어갈 입력값 0.506127 대신에 0.506을 입력했다. 그 차이는 아주 작은 0.000127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뮬레이션 결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로렌츠는 이 결과를 “한 기상학자의 이론이 맞다면, 갈매기의 날갯짓이 날씨의 과정을 영원히 바꿀 수 있다”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후 로렌츠는 여러 강연과 논문에서 갈매기 대신 나비로 바꾸어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몰고 오는가?”라고 하였고,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나비효과이다. 


  실제로 아무리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이용해도 정확한 일기 예보는 겨우 며칠을 넘기기가 힘들다. 그리고 며칠 앞을 내다본 일기 예보도 빗나가기 일쑤여서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그 이유는 일기를 지배하는 방정식이 비선형이기 때문이다. 비선형 방정식은 여러 가지 변수를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변수들 간에도 서로 곱하기가 이루어진다. 


  일기 예보 수학의 기반이 되는 이론은 1821년 프랑스의 클로드 나비에와 영국의 조지 스토크스에 의해 독립적으로 연구되었다. 그 결과 탄생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 과학자들은 관심이 많았다. 선형 방정식 체계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반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비선형 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풀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사실상 이 방정식을 푸는 유일한 방법은 수치를 대입해서 성능 좋은 컴퓨터로 직접 계산해보는 수밖에 없다. 


  자연에는 사실 예측하기 힘든 현상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비선형 현상인 경우 나비효과처럼 아주 작은 초기 조건의 변화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을 설명하는 것이 카오스 이론 또는 혼돈이론이라 한다. 카오스 이론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은 자연계의 결정론적 운동이 아닌 복잡함과 예측의 어려움, 불규칙함, 비주기적 성질로 인해 생긴다. 


  하지만 이제 많은 노력으로 예측하기 힘든 비선형 현상을 그다지 혼돈스럽지 않은 규칙적인 혼돈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약력과 중성미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