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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31. 2022

속죄가 의미 있는 것일까?

영화 어톤먼트는 맨부커 상을 수상한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어톤먼트(Atonement)란 우리나라 말로 속죄란 뜻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제목이 붙었던 것일까요? 누가 대체 어떤 잘못을 했길래 속죄를 원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속죄가 정말 이루어졌을까요?

소설가를 꿈꾸는 13살의 브라이오니(시얼샤 로넌)는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였습니다. 그녀의 언니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와 로비(제임스 맥어보이)는 마음을 숨기고 있었지만, 사실 어릴 때부터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로비가 세실리아의 집으로 놀러 옵니다. 그날 마침 일어난 사건으로 로비가 범인으로 지목됩니다. 하지만 로비는 전혀 그 사건과 관계가 없었습니다. 브라이오니는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잘 알지도 못한 채 로비가 범인이라고 증언합니다. 어린 소녀가 거짓말을 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고, 이로 인해 로비는 경찰에 연행되어 감옥에 가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는 2차 세계대전이었고 감옥에 가는 대신 전쟁터로 가게 됩니다. 

로비를 잊지 못하는 세실리아는 간호사가 되었고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로비 또한 전쟁이 끝나서 세실리아에게 돌아가기만을 희망하며 끔찍한 전쟁을 버텨냅니다. 

로비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돌아갈게. 

너를 찾을게.

너를 사랑할게.

너와 결혼할게.

그리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도록 할게.”

하지만 전쟁은 세실리아와 로비의 사랑을 앗아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로비는 덩케르크 철수 전에 패혈증으로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세실리아 역시 간호를 하던 중 투하된 폭탄으로 인해 세상을 떠납니다. 순수했던 세실리아와 로비의 사랑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맙니다. 만약 브라이오니의 증언만 아니었다면 그들은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내 주위에 있는 누군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합니다. 그 사람의 잘못을 확신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채 나 자신의 안목으로만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제대로 알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제대로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사건에 대해 자기 마음대로 상상하고 해석합니다. 그것이 전혀 아무런 근거도 없는데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믿고 맙니다. 다른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잘못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무감각합니다. 

브라이오니의 상상과 오해 그리고 거짓말은 밝은 미래와 희망을 꿈꾸던 세실리아와 로비를 완전히 파멸시켜 버렸습니다. 둘은 사랑은커녕 다시 만나지도 못했고 20대 초반이라는 그 젊은 나이에 그들의 삶은 아침이슬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브라이오니는 나중에 그녀의 꿈대로 소설가가 되었고 치매가 걸릴 때까지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소설가에게 속죄란 불가능하고 필요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죄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정말 그럴까요? 속죄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요? 그녀가 아무리 속죄를 한다고 한들 죽은 세실리아와 로비가 살아서 돌아올까요? 그 둘이 이루지 못한 사랑과 잃어버린 젊은 시절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요? 

속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속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속죄가 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상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는 그런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잘못한 것들은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시간은 절대로 거꾸로 가지 않습니다. 자신이 쌓은 잘못은 그것으로 씨가 되어 다른 문제를 일으킬 뿐입니다. 속죄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 그것이 아마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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