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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Sep 15. 2022

반감은 파멸로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의 대표작인 <풀잎은 노래한다>는 그녀가 어릴 적 살았던 남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작품은 한 개인의 누군가에 대한 반감이 결국 그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을 파멸로 이르게 하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여주인공인 메리는 결혼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결혼을 하지 못하자 이에 대한 주위의 시선을 버티지 못하고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리처드와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사랑이 없는 결혼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 이후 메리는 리처드의 무능과 너무나 가난한 현실에 집을 뛰쳐나오고 맙니다. 진심으로 사랑을 하지 않았기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메리는 혼자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었기에 다시 리처드에게 돌아갑니다. 이때부터 그녀의 내면은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메리는 성격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집에서 일하던 흑인 하인에게 향하게 됩니다. 그녀의 하인에게 대한 학대와 모멸은 한계에 이르게 되고 그 하인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메리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새로 온 하인은 긴장한 나머지 접시를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메리는 그 즉시 그를 해고해 버렸다. 집안일은 다시 메리가 할 도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연히 짜증만 나고 집안일이 하기 싫어졌으며, 그냥 퇴짜를 놓아 버린 멍청이 같은 그 하인이 죽일 놈처럼 여겨졌다. 마치 흑인의 얼굴을 박박 문질러서 피부를 벗겨 내려는 듯, 식탁과 의자와 접시들을 사정없이 문질러 댔다. 분노에 사로잡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리처드 또한 메리와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자 결혼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됩니다. 결국 메리는 새로 온 흑인 하인 모세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리처드 또한 아내와의 갈등으로 인해 폐인이 되면서 말라리아에 걸리게 되고 약해진 심신으로 인해 리처드도 사망하게 되면서 그들의 삶은 그렇게 어이없이 마감되어 버리고 맙니다.


  우리의 삶은 진정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조그마한 잘못이 별것이 아닌 것 같아도 그러한 잘못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어떻게 삶 전체를 바꾸어 놓게 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메리는 어릴 적 부모들의 가난하고 비참했던 생활, 부모의 불화가 쌓이게 되면서 부모에 대한 경멸을 하고 있었으나 이를 심리적으로 치유받지 못한 채 사랑이 없는 결혼까지 이르렀습니다. 부모에 대한 반감은 결국 주위 모든 사람에 대한 반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것이 그녀와 그녀 남편의 삶을 붕괴시켜 버리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감정과 화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다른 힘없는 이들에게 폭발시켜 버리면서 극단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삶은 그래서 모든 것이 물리고 물리는 그러한 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소설에 나오는 메리처럼 누군가가 싫거나 미워지게 된다면 그것이 내면의 세계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 대한 반감은 시간이 가면서 줄어들기보다는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데 자신이 스스로 그에 대한 반감이나 미움의 감정을 더욱 확대시켜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감은 결국 저주로 변하게 됩니다. 저주로 변하게 되는 과정은 어쩌면 자신에게 더욱 책임이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스스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 더 커질 수 있듯 싫어하는 감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즉시 그러한 감정을 멈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달리 생각할 필요 없이 나 자신을 위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한다면 내면의 세계는 점점 황폐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내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그 사람에 대한 반감을 키우기에 앞서 그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지나온 과거가 있기에 그 사람의 그러한 시간들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해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내가 싫어하는 그가 왜 나에게 그렇게 했는지 충분히 알게 된다면 그를 미워하지 않을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사랑받고 싶어 하며 자신 또한 다른 이들을 사랑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반감의 감정을 조금씩 내려놓고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려는 마음이 내가 지금 미워하는 사람과 나 자신을 위한 가장 좋을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리가 그러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모든 것이 끝나는 파멸의 길을 피할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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