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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Sep 12. 2022

왜 배트맨일까?

  어떤 존재에 이름이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히어로우 영화인 배트맨, 이 사람의 이름은 왜 배트맨인 것일까? 


  주인공인 웨인(크리스찬 베일)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는 엄청난 분노로 고통을 느낀다. 또한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자신은 아무런 것도 하지 못했음에 죄의식도 심하다. 


  그는 복수를 위해 스스로 범죄자의 소굴로 들어간다. 적을 이기려면 적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그는 듀커드(리암 니슨)을 만나 어둠의 사도라는 조직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는다. 이 조직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법으로 복수를 해왔다. 웨인은 이들과 자신은 잘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어두운 내면세계를 한 차원 승화시킨다. 일종의 내적 성장이다. 웨인이 새로운 자아인 영웅으로 탄생되는 곳은 수많은 박쥐들이 있는 동굴 속이었다. 그는 동굴에서 박쥐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죽을 것만 같았다.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공포였다. 하지만 그러한 한계와 공포를 극복하는 것은 자신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외부의 그 누구도 그를 도와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컴컴한 동굴에서 수백 마리의 박쥐들이 날아다닐 때 어릴 적 그의 내면에 깊게 새겨진 아픔이 되살아났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그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이겨내야 함을 알았다. 그는 자신을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던 그 어둠의 그림자를 자기의 것으로 승화시켰다. 자신의 트라우마가 그림자처럼 영원히 함께한다는 것을 더 이상 부인하지 않았다. 그 또한 자신의 일부임을 알았던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그림자와 하나가 될 때 그는 새로 태어날 수 있었다. 그를 힘들게 하고, 그를 괴로움에 빠뜨리고, 그를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그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웨인은 그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내면화시켰다. 동굴 속의 수많은 박쥐가 자신에게 공포를 주었지만, 이제 그 박쥐를 자신의 것으로 포용했다. 그리고 그 박쥐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다. 한때는 피하고 싶었던 존재, 두려움에 짓눌렸던 그 존재를 가슴에 새겨 이를 극복했다. 그리하여 그는 진정한 영웅인 배트맨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우리를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고, 어려움에 처하게 만드는 존재들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려 하거나 잊으려 한다면 영원히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아예 나의 것으로 만들어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자아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포용의 힘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나의 내면의 세계가 작다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커다란 내적 자아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커다란 내적 자아는 바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그 수많은 박쥐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배트맨은 그렇게 영웅이 되었기에 그 모든 악을 물리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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