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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Sep 24. 2022

모든 것을 즐기며

  예전에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산 저산 오르다 보니 험하고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일종의 탐욕이었습니다. 백두대간 산우회에 가입해 산에 오르기도 하고, 한국의 명산을 찾아 오르기도 했습니다. 힘들게 올라가 정상에 서면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머무는 것은 잠시일 뿐, 다시 내려와야 했습니다. 정상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올라가는 것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내려올 때는 다리가 아파 내려오는 것도 고통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은 등산은 정상에 서기 위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정상에 서면 천하가 작게 보입니다. 천하가 작게 보이니 세상사 별것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되었던 것은 정상도 별것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느 산이건 정상에 가면 거의 비슷했습니다. 물론 풍경이 다르기에 느끼는 기분 또한 다르기는 합니다. 


  이제는 정상을 목표로 해서 산을 오르지는 않습니다. 험하고 높은 산에 대한 욕심도 없습니다. 경치가 좋고 풍광이 좋은 산에 오르면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그런 산을 찾아 오르기 위해 많이 애쓰지는 않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도, 그곳이 높거나 험하지 않더라고, 너무 평범할지라도, 오르는 그 자체를 즐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티벳에서>   

  

                      이성선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꿈꾼다

설산

갠지스강의 발원     


저 높은 곳을 바라보고

생의 꽃봉오리로 오른다     


그러나

그 산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생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하여     

많은 짐을 지고 이 고생이다    

 

  많은 등산인들이 꿈에 그리는 히말라야를 오를 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를 올라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여건이 그것을 허락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저의 목표가 비록 그리 높지 않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평범한 산일지라도 등산을 떠나는 처음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끝까지 그냥 즐길 생각입니다. 


  등산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리 중요하지 않고 남들이 알아주는 목표가 아닐지라도 욕심을 내려놓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하려고 합니다. 즐기다 보면 오래 할 수 있고, 오래 하다 보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알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이루어내는 것이 소소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이루려는 꿈이나 목표, 다른 이들이 알아주는 것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그리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히말라야 정상에 올랐더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시인이 느낀 것은 그 과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정이 고생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즐기는 마음으로 하려 합니다.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저한테는 그리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즐기는 마음이라면 그것이 그리 고생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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