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홀극
아인슈타인은 그의 말년을 대통일 이론을 연구하는 데 사용했다. 그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 후 많은 물리학자들이 그의 뒤를 이어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대통일 이론은 흔히 GUT(Grand Unified Theory)로 불리기도 한다. 이 이론은 만유인력을 제외한 전자기력, 약력, 강한 상호작용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이론이다. 대통일 이론은 아인슈타인 사후 1970년대 크게 유행하였다. 그 이유는 이 이론이 아주 흥미로운 예측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자, 중성자와 같이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물질들의 기초가 되는 소립자인 양성자가 궁극적으로 더 가벼운 입자들로 붕괴한다는 예측이 바로 그것이었다.
양성자 붕괴를 관찰하기 위해 거대한 실험이 이루어졌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대통일 이론이 옳지 않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양성자 붕괴를 관찰하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대통일 이론을 어떻게 검증해야 할지를 고민하였다.
대통일 이론은 새로운 종류의 입자라고 할 수 있는 자기 홀극을 예측한다. 정상적인 전하를 가진 입자는 전기 홀극이라 할 수 있다. 양전하, 음전하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기 홀극을 쉽게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홀극은 그렇지가 않다. 아직까지 자연에서 고립되어 있는 자기 홀극을 발견했다는 보고는 없다.
우리가 자석이라 부르는 것은 쌍극자로만 존재한다. 자석은 N극과 S극을 함께 가지고 있다. 만약 N극이나 S극을 절단하면 절단한 곳에서 다시 두 개의 새로운 극이 나타난다. 실험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자기 홀극을 찾는 일은 한쪽 끝만을 가진 끈을 찾으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대통일 이론에 의하면 자기 홀극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1970년대 말 물리학자들은 빅뱅의 여파로 생성되었을 자기 홀극의 수를 계산할 수 있었다. 그들의 답은 자기 홀극의 수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다. 대통일 이론에 의하면 자기 홀극이 가진 전체 질량은 정상적인 양성자, 중성자 및 전자의 전체 질량보다 훨씬 커야 했다. 또한 자기 홀극은 우리의 몸을 관통해야 했다.
1980년대 초 MIT의 앨런 구스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던 중 우주의 급팽창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도 에너지 밀도는 줄어들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데 그 원천은 바로 암흑 에너지이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가 팽창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자극을 주기 때문에 우주가 가속적으로 팽창한다.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에너지, 대강 전체 에너지의 70%~75%가량이 암흑 에너지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물질과 복사 에너지의 밀도가 더 높았던 과거에도 암흑 에너지는 지금과 동일한 밀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암흑 에너지는 비교적 덜 중요했다.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탄생한 초기 어떤 특정한 시간에 아주 큰 에너지 밀도의 암흑 에너지를 생각하곤 한다. 이를 흔히 ‘암흑 초거대 에너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암흑 초거대 에너지는 우주를 지배하여 우주 공간이 아주 큰 비율로 팽창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 암흑 초거대 에너지는 갑자기 물질과 복사 에너지로 붕괴하고 그 결과 보통 초기 우주를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뜨거운 플라스마가 형성된다. 이 붕괴는 완벽하기는 하지만 아주 미세한 양의 암흑 에너지를 남기고 이 암흑 에너지가 우주 동역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급팽창의 시나리오가 된다. 급팽창은 공간의 작은 영역을 선택하여 그 크기를 어마어마하게 부풀린다.
대통일 이론이 옳다면 홀극은 극단적인 초기 우주에서 아주 풍부하게 만들어진다. 급팽창은 홀극이 만들어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고 상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급팽창이 충분히 오래 지속되었다면 공간이 엄청나게 팽창하기 때문에 홀극이 감소되어 거의 남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암흑 초거대 에너지가 물질과 복사 에너지로 붕괴되더라도 더 이상의 홀극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홀극 문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구스는 홀극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홀극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대통일 이론에 반대하는 근거로 홀극 문제를 이용하려고 하였다. 그는 암흑 에너지의 역할을 무시할 경우 홀극 문제를 해결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구스는 우주 초기에 미친 암흑 에너지의 영향을 연구하면서 홀극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인플레이션 우주 이론(Inflation cosmology)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