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에덴의 동쪽일까?
존 스타인벡의 소설 <에덴의 동쪽>에서는 캘리포니아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애덤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성경 창세기에 최초의 인간으로 등장하는 애덤과 같은 이름이다. 성경의 인물 애덤에게도 카인과 아벨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에 나오는 두 아들은 애런과 칼이다.
칼의 어머니는 칼을 낳은 후 그의 남편 애덤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 이로 인해 애덤은 그의 아내를 증오하게 되고 이 증오심이 칼을 향하게 된다. 이후 애덤은 첫째 아들 애런만 사랑할 뿐 칼은 외면할 뿐이다. 어린 칼은 아버지가 왜 자신을 미워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칼은 스스로 야채 사업을 벌여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돈을 아버지에게 주지만 아버지는 이 또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칼을 비뚤어지기 시작한다. 형과 반대 행동을 일삼는데 이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끝까지 칼을 외면한다. 칼은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어 그의 어머니를 찾아 나선다.
칼이 찾아낸 어머니는 도박장과 술집을 경영하고 있었다. 칼은 어머니를 만나고 난 후 자신은 어쩔 수 없는 나쁜 피를 가진 사람이라고 믿기에 이른다. 결국 칼은 오직 형만 편애하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애런을 데리고 어머니에게 간다. 애런은 죽었다던 어머니의 삶을 보고 나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는 전쟁에 자원입대한다. 애런의 자원입대를 알게 된 아버지는 그만 충격을 받고 쓰러진다.
뇌출혈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된 아버지는 칼의 간호를 거부한다. 애런의 애인이었던 에브라가 아버지를 간호하던 중 칼을 미워하지 말라고 애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이 말을 들은 애덤은 칼에게 자신을 간호해달라고 부탁한다.
어린 시절 칼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오직 아버지의 사랑만을 갈구했을 뿐이다. 애덤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내와 칼을 동일시했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내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전혀 다른 대상인 칼에게 향하는 잘못을 했고, 이로 인해 큰아들인 애런마저 잃고 만 것이다. 칼은 비록 어머니가 집을 나갔지만 사랑하는 아버지, 형과 함께 거할 수 있는 곳 즉, 에덴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애덤은 칼을 에덴에서 쫓아낸 것이었다.
성경에서도 마찬가지로 애덤의 아들 카인은 에덴에서 쫓겨난다. 그 이유는 카인이 동생인 아벨을 죽였기 때문이었다.
“카인이 여호와께 이르되 내 죄벌이 지기가 너무 무거우니이다. 주께서 오늘 이 지면에서 나를 쫓아내시온즉 내가 주의 낯을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지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마다 나를 죽이겠나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그렇지 아니하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으리라 하시고 카인에게 표를 주사 그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죽음을 면하게 하시니라. 카인이 여호와 앞을 떠나서 에덴 동쪽 놋 땅에 거주하더니 (창세기 4:13~16)”
카인이 에덴의 동쪽으로 쫓겨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도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칼은 아버지와 형에게서 쫓겨날 이유가 없었다. 어린 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의 아버지 애덤은 형인 애런만 편애했다. 칼은 오직 아버지의 사랑만을 원했을 뿐이다. 애덤의 아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칼과 애런 모두를 망쳐 놓았을 뿐이다.
우리의 삶도 애덤과 비슷할 수 있다.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 혹은 아집으로 인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잘못된 인식으로 말미암아 커다란 실수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거나 옳다고 믿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인지 수시로 돌아보지 않는다면 그 누구든지 애덤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에덴의 동쪽으로 쫓아버릴 수도 있고, 소중한 사람을 모두 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 애덤의 아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애런은 전쟁터로, 애덤 자신은 뇌출혈로, 칼은 어긋난 인생으로 몰아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은 충분히 평화롭고 행복한 에덴에서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어버린 땅인 에덴의 동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