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 나만의 케렌시아, 브런치 -

SNS 전성시대다.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기보다 SNS 상에서의 만남이 더 익숙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전화는 카톡 메시지로 대체되었고 필요한 정보는 블로그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친구의 소식이 궁금할 땐 페이스 북에 접속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덕분에 나 역시 블로그, 카카오 스토리, 페이스 북 등 몇몇 매체를 통해 글을 쓰고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SNS는 종류별로 나름의 특성이 있다.

먼저 파급력이 강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다. 트위터는 정치, 시사 관련 트윗의 파급력이 강하고 페이스북은 이슈성, 연예계 뉴스가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크다. 140자 내외의 짧은 글만 쓸 수 있어 글쓰기에 제약이 따르는 트위터에 비해 확산성에서 별 차이가 없으면서 시각적인 재미는 훨씬 더 많은 것이 페이스북이다. 스마트폰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철이나 버스에서 킬링 타임용으로 페이스 북을 이용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닌 이유다.


블로그는 직간접으로 광고나 홍보를 할 수 있고 원하는 키워드로 블로그 상위 노출이 가능하며 파워블로거가 되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카카오 스토리는 다른 SNS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비교적 쉽게 운영과 활용이 가능하고 팔로우를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마케팅 효과도 좋은 편이다.


동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는 유튜브다. 그래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영상으로 수많은 구독자를 거느리는 인기 스타가 탄생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제일 먼저 시작한 매체는 블로그였다. 매일매일 글과 사진을 올리고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상위 노출을 위해서는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한 달 정도 공을 들였더니 드디어 상위 노출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정보전달 위주의 글쓰기는 쉽게 피로감이 왔고 가독성을 위해 올려야 하는 사진도 매번 마땅치 않았다. 한 마디로 힘은 힘대로 들었지만 재미는 없었다. 호흡이 긴 글을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매체란 생각도 들었다. 온전히 글에만 집중하고 싶었고 깊이 있는 소통을 원하는 나와는 맞지 않았다.

다음으로 눈을 돌린 것은 페이스 북이었다. 블로그보다는 비교적 운영이 쉬웠고 반응도 금방 와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페이스 북 역시 긴 글이나 깊이 있는 글은 아무도 읽지 않았다. 특별한 정보제공도 없고, 개성 넘치는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훔쳐보기의 욕망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내 페북은 금방 썰렁해졌다.








페이스북 속에서는 누구나 행복하다. 멋진 여행지에서 화보 같은 사진을 찍고 화려한 테이블 세팅을 한 레스토랑에서 고급 음식을 먹으며 ‘나 행복해요’를 연발한다. 때론 누추하고 때론 구질구질하기 조차 한 것이 삶의 한 단면임을 모르지 않지만 화려한 포장지 속에 감춰진 구차한 진실을 누구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는 무한궤도 열차에 탑승한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질주하는 열차에서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껍데기뿐인 삶의 파편에 가리어진 진실을 짐짓 모른 체 하고 어색하게 웃고 있는 우리 모두의 슬픈 자화상이 바로 페이스 북이었다.





더 이상 계속해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지인들의 페이스 북에서 기계적으로 ‘좋아요’를 눌러대는 것에도 점차 지쳐갔다. 카카오 스토리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한동안 모든 SNS를 모두 끊고 오로지 노트북에만 글을 쓰고 저장해 두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다른 매체와 달리 접근이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브런치 작가로 승인을 받아야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때때로 브런치 작가들이 쓴 글을 접할 때면 블로그나 페이스 북과는 질 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에 깊이가 있었고 필력이 뛰어난 작가들이 각자의 관심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쓴 글은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브런치 작가로 시작해서 책 출간을 한 작가들도 많았다. 호기심이 생겼다.


"나도 여기서 한 번 써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브런치의 시스템도 궁금했다. 혼자서 글을 쓰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지고 지쳐가든 참이었다. 글 쓰는 속도에도 점점 힘이 떨어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고 피드백을 해 주면 힘이 날 것 같았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그동안 써 두었던 서너 편의 글을 샘플로 보내고 간단한 자기소개와 활동 계획 등도 함께 보냈다. 별생각 없이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보내고 난 뒤 뒤늦게 ‘브런치’ 란 단어로 검색을 해 보았다. 브런치 작가 합격 기부 터 여러 번 고배를 마신 사람들의 탈락 분석 보고서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찬찬히 읽어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미리 읽어보고 했으면 좀 더 성의껏 썼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고 실수한 것이 하나 둘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 간 일이었다. 느긋하게 기다리면 되겠지 하는 마음은 어느새 수시로 메일함을 열어보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5일 정도 걸린다고 했지만 내 조바심을 눈치라도 챈 듯 이틀 만에 바로 확인 메일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로 시작하는 반가운 메일이었다.
기존에 출간된 책이 있었고 틈틈이 써 둔 원고가 도움이 되었는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한 번 만에 바로 브런치 작가로 입성할 수 있었다.





실제로 글을 쓰기 위해 로그인을 했더니 여러 가지 기능들이 많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점은 글쓰기가 편하다는 것이다. 담백하면서도 세련된 공간 구성과 깔끔한 폰트, 시원한 화면은 붓을 대기 직전의 하얀 도화지 같은 고혹적인 매력으로 나를 유혹했다. 수십 장의 사진을 올려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 대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몇 장의 사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글을 쓴 뒤 발행을 누르고 나니 아주 폼 나는 모양새를 갖춘 글이 올라왔다. 매뉴얼도 간단하고 작성이나 수정 방법도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쉽게 글쓰기가 가능한, 최적화된 플랫폼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브런치가 고마웠다.


드디어 내가 찾던 SNS,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글쓰기 공간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찬찬히 브런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곳곳에서 작가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느껴졌다. 출판사와 연계하여 글쓰기나 책 출간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은 브런치 작가로 시작해서 진짜 작가(?)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브런치 팀의 고심이 묻어나는 기획이었다.




관심작가를 등록하고 노트북에 저장 해 두었던 글을 하나둘씩 올렸다. 기존에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던 내 책 등록도 마쳤다. 주제별 매거진도 발행하고 내친김에 무비 패스도 신청했다. 무비 패스에 당첨되면 영화 시사회 10회 초대권을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성급하게 신청 단추를 누르고 말았다. 하지만 무릇,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무비 패스는 물론, 당연히, 시사회 초대권만 주는 건 아니었다. 영화 관람 후 리뷰를 써야 하는 무거운 숙제까지 함께 주었다. 하지만 매사 닥치는 대로 해 치우는 내 성격상,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 당첨 후에 고민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작가들의 책 소개나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게으름으로 한동안 글쓰기와 멀어졌던 나는 브런치 시작과 동시에 다시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누군가 내 글을 관심 있게 읽고 구독해 주고 공유 버튼을 눌러 줄 때 느끼는 희열은 글쓰기의 기쁨을 배가 시켰다. 하지만 굳이 구독자 수에 신경 쓰지 않고, 공유나 라이 킷을 눌러주지 않더라도 이토록 편안한 공간에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먼저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내 글이 정착할 공간을 찾아 방황하다가 발견한 소중한 나만의 케렌시아가 바로 이 곳 브런치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이 모두 잠든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 제일 먼저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에 접속한다. 하얀색 동그란 바탕에 부드러운 회색의 필기체 B가 비스듬히 누운 사랑스러운 로고를 지긋이 한 번 바라본 뒤 알람이 들어온 종을 재빨리 클릭한다. 누군가가 내 브런치를 구독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게 어느 날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