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부모에게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by 최영인 마음여행자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1순위는 바로 존재를 부정하는 말이다. “널 낳고 미역국을 먹었으니!”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심코 이런 말을 하는 부모는 아이가 받을 마음의 상처를 미처 깨닫지 못한다. 존재가 부정당한 아이들의 삶은 그래서 출발부터 외롭고 고단하다.


정신과에서는 환자들의 개인력을 기술하는 난의 첫 줄에 ‘출생 시 환영받지 못한 아기’였는지 ‘환영받은 아기’였는지의 여부를 기록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한 인간이 받은 심리적 상처의 근원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환영받지 못한 아기’의 경우 부모의 왜곡된 정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잘못으로 인해 미움을 받을 경우 그 행동을 삼가는 노력을 통해 미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과 거부는 아이에게 심연과도 같은 깊은 무력감을 안겨준다.


A 씨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 언니와 막내이자 아들인 동생 사이에서 구박덩이로 자랐다. 조금만 잘못해도 불호령이 떨어졌고 매사를 언니 동생과 비교당했다. 부모에 대한 불만은 사춘기의 방황으로 이어졌고 학업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입시에 실패한 둘째를 부모는 철저하게 무시했고 가족 내에서 겉돌기만 하던 A 씨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고픈 마음에 결혼을 도피처로 선택했다. 준비된 결혼이 아니었기에 결혼 생활은 불행했고 몇 년 후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었다.


A 씨 외에도 잘난 형제들 틈에서 혹은 또 다른 이유로 부모로부터 심리적, 물리적 학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이 있다. 살기 어렵던 시절을 다룬 예전 드라마 속에는 어려운 형편 탓에 맞이나 아들만 대학을 보내고 나머지 가족은 희생당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자식 하나 만이라도 성공을 해야 집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에 온갖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를 한다. 특히 딸들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빠나 남동생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제물일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부모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생각해서 불만을 키우게 되고 방황하며 부모 속을 썩이게 된다.


하지만 부모의 눈 밖에 난 자식도 부모의 정이 그립다.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눈빛을 갈구하지만 부모의 관심은 오직 잘난 자식에게로 향해 있다. 세월이 흘러 부모가 늙고 병들게 되면 속을 섞이며 눈 밖에 난 자식이 뜻밖에 부모 곁을 지키는 경우가 있다. 어린 시절 학대에 가까운 대접을 받은 걸 감안하면 부모에 대한 이들의 정성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중년이 다 된 나이에도 부모의 말 한디, 칭찬 한 마디에 좌지우지하는 이유는 인간에게는 결핍을 채우려는 본능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제 때 받지 못한 부모의 인정과 사랑에 대한 타는 듯한 갈증 때문이다. 결핍이 크면 클수록 관계에 대한 집착도 심해진다. 부모와 자식처럼 대체 불가능한 관계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어릴 때 속 썩인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말은 이러한 심리 역동적인 측면이 담겨 있어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아이를 학대하고 방기 하면 아이는 공허를 메우기 위해 '선택적인 사랑밖에 주지 않는 부모'의 위태로운 끈에 매달려 애정을 '구걸'해야 한다.


모든 자녀가 부모 마음에 흡족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못나고 모자란 자식일수록 더 품어 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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