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해라
냥이들이 선물해 주는 하루의 마무리는 언제나 각별하다
종종 프로필 사진을 보고 “고양이가 왜 저렇게 있어요?” 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이 사진을 프로필로 쓰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사진 속에 담긴 진상은 이렇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불을 켜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침대 위에 막내둥이 루이가 몸을 반쯤 접은 채 널브러져 있었던 것이다. 앞다리는 뻗다 만 것처럼 어정쩡하고, 얼굴은 옆으로 삐딱하게 눌려 있었다. 무언가를 참는 것도, 억울해하는 것도 아닌, 그냥 아무 생각 없는 얼굴. 완전히 방전돼 건드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 말 그대로 ‘전원 꺼진 상태’였다.
급히 사진을 찍어 아내에게 보여주니,
“쟤 왜 접혀있지? 루시한테 혼났어?”
짧은 한마디였다. 그 말에 모든 상황이 설명됐다
우리 집에는 오래전부터 정해진 질서가 있다. 먼저 들어온 루시. 검은 털에 차분한 성격, 특별히 사고도 안 치고 조용조용 지내지만 눈빛 하나로 분위기를 잡는 고양이다. 그리고 6개월 뒤 합류한 루이. 한 살 어린 치즈 얼룩무늬 고양이로, 활발하다 못해 집안을 온통 휘저으며 날뛴다. 겉보기엔 루이가 골목대장처럼 굴지만, 사실 우리 집안의 진짜 대장은 루시다. 평소엔 모른 척 피해 주다가도 너무 도가 지나치면 단호하게 잡도리를 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창 뛰어다니던 루이는 결국 기운이 다했고, 거기에 루시의 묵직한 경고까지 받았을 터.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 게 틀림없다. 침대 위에 앉아 있던 루시는 태연한 얼굴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적당히 해라” 하는 눈빛을 하고 말이다
그 장면을 담은 사진이 지금 내 프로필 사진이다.
그날따라 유난히 피곤한 하루였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두 냥이가 준비해 둔 장면 덕분에 하루치 웃음을 다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