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추천 원고를 넘기고 나서

이런 원고 따위

by minmin



아니, 여행지 추천을 왜 하는 거야? 추천하면 보고 가나? 검색해보면 '어디 가라'라는 말보다 '거기 갈 건데 뭐 있어?' 또는 '거기는 어떻게 가?'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내가 여행 원고를 쓴다면 헛소리 같은 말을 죄다 밥 말아먹고 '가보니 어떻더라', '언제 어떻게 가는 게 더 좋더라'라는 말로 채우기로 결심했다. 느끼지 못한 것을 쓰는 일엔 재주가 없다. 이런 경험주의적 인간 같으니. 그런데 못 쓰겠는 걸 어쩌냐. 한 글자도 한 문장도 나에게서 나온 것이 없다. 아, 별것 아닌 일에 엄청나게 소비된 느낌.



그래도 검색하며, 여행 코스를 생각하며, 여행 원고의 방향을 생각하며, 여행 전문 블로거를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여행의 설렘을 아주 담백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봤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 말 없이 (약간의 내레이션은 있어야 할 것 같다) 보여주는 것이다. 북유럽의 자연을 그대로 방송하듯, 여행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상은 과연 사람들이 봐줄 것인가. 외면당할 것인가.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 나는 안 본다는 결론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라는 의심을 들기도 한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싶다.



24시간 여행 채널, 그냥 틀어놓고 한참 딴짓하고 와도 아까 그 장소, 그 사람, 그 상황. 원래 여행은 하는 사람에게는 짧고, 보는 사람에게는 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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