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너무 어지러워

by minmin


재미있다. 이런 인생.



막 나가버리자고 맘먹었다가 꼬리를 내리고 순한 맛이 되었다가, 또 뒤에서는 막 혼자 가슴을 부여잡고 상처를 떠올리며 아무도 듣지 못하는 욕을 혼자 해대다가, 능력 부족 또는 능력 없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답답해진 마음을 잊으려고 눈을 감았다가, 누구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며 능력 없는 일을 붙잡고 콧노래를 불렀다가, 욕하던 녀석들을 떠올리며 그놈들은 얼마나 잘 살고 있을지 상상하다가, 나는 무엇인가, 왜 이런 삶을 살고 있을까 그 누구보다 나를 걱정하다가, 마음에 들어 몇 번을 보고 또 봤던 드라마를 재생하며 현실을 잊으려 했다가, 마음을 쓰고 싶은 마음에 팔아야 하는 원고 위에 주인 몰래 넋두리를 풀어놨다가, 어찌 되었든 내 마음 쓴 걸 버리지 못하고 메모장에, 다이어리에 옮겨 놓았다가, 그렇게 또 나중에 읽어보니 말은 되겠다 싶어 어디에 올려보았다가, 뒤늦게 이런 단어, 이런 문장, 이런 문단의 조합을 부끄러워 다시 노트 아래로 내렸다가, 좋은 사람과 잘 살고 있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자기를 위로했다가, 이러다 오늘도 돈 벌기는 글렀다 싶어 주야장천 헛된 생각만 품었다가, 바꾸지도 못할 옛날 생각에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다가, 아직도 미련이 남은 일에 전념하는 척했다가, 나보다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운을 차렸다가, 나보다 못하다고 판단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자신을 책망했다가, 누구도 나를, 내 인생을 구제해주지 못한다고 머리를 부여잡고 자책하다가, 이 상황에서도 허기를 느끼는 내가 무의미했다가, 밥 한 공기에 불러오는 내 배가, 내 기분이 참 간사했다가, 누군가 내뱉는 말 한마디에 눈물이 고였다가, 붉은 눈을 감추고 어두운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그냥 이렇게 또 하루를 낭비하고 있단 생각으로 잠들었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또 낭비할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좌절했다가, 매일 꼬리를 물고 반복되는 이런저런 생각에 미친 듯 한숨의 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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