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빠르게 직변(직장/직업 변경)했어야 했는데"
집에서 놀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놀고 있는 건 아니고 청탁받은 원고를 쓰다가 잠시 1시간째 유튜브에 빠졌다. 시계를 보니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시간이 딱 1시간 남았다. 게다가 마감은 오늘 밤이다. 이럴 때가 아니다. 각성은 했지만 관성이 남아 행동을 멈추지 못했다. 관성은 그렇게 1시간을 더 버티다 힘이 빠져버렸다.
의도하지 않은 프리랜스 작가로의 전향은 관성의 법칙을 따른 결과였다. 전 직장에서 블로그용 글을 쓰다가 그만두었더니 그 글을 나보고 써달라고 했다. 사실 그만두고도 글을 쓰거나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알아볼 참이었다. 몇 해 동안 계속하던 일이니 용돈 벌이는 되겠다 싶어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게 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벌써 1년째다. 쉬는 동안 뭐라도 했어야 했다. 기술이라도 배웠어야 했다. 분명히 글을 쓰는 일은 내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한 것이었는데. 왜 그 사실을 쉽게 잊었을까.
얼마 전 재입사한 직장 동료와 시간 관리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게을러서 시간 관리가 힘들다고 했더니, 시간관리를 잘하는 게 무엇이냐고 되려 질문을 받았다. 뭐, 비는 시간에 일을 더 하든 취미를 하든 배우든 했을 수도 있지 않냐고 했더니, 육아하면서 어떻게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냐고 하더라. 그런가. 팔랑 귀가 움직였다. 묘하게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내가 그래도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는 건 아니구나. 나에게 힐링 포인트를 선사한 직장 동료도 마감이 코앞에 닥쳐야 원고를 쓴다는 말에 구원을 받은 느낌을 가지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래도 1년 전의 상황이 계속 떠올랐다. 배웠어야 했다. 다른 일을 알아봤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그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 다짐 또한 관성 때문에 언제 하게 될는지 모르겠다. 1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다음 1년은 처음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겠지? (사실 인생 속도는 반대 아닌가? 나이가 들수록 더 빨라지는 것이 인생 가속도 법칙이다.) 하여튼 기대해본다. 우주가 아닌 지구에서의 관성은 저항에 의해 언젠가 멈추게 되어 있으니까.
"인생 속도가 쓸데없이 너무 빨라, 아직 관성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