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전원일기> 감상일기
추영우의 매력에 빠져,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드라마 〈어쩌다 전원일기〉를 보게 됐다.
조이와 추영우 주연의 이 드라마는, 어쩌다 시골 마을 희동리로 가게 된 서울 토박이 수의사 ‘한지율’과, 그 마을의 핵인싸 순경 ‘안자영’의 우당탕탕 전원 로맨스를 담은 휴먼 드라마다.
MBTI로 따지자면, 남주 한지율은 선 잘 긋고 할 말은 다 하는 전형적인 T(이성형) 성향이고, 여주 안자영은 파출소 경찰이라는 직업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동네 모든 일에 나서고 잘 도와주는 F(감정형) 성향이다. 요즘 보기 드문 싹싹한 여주의 모습에 괜히 뒤통수 맞는 전개가 나오진 않을까, 마음 졸이며 보게 됐다.
전원생활에 어쩌다 휘말려 고생하는 한지율을 보며 마음이 짠했다. 수도권처럼 예약제도, 시스템도 없는 시골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소동물만 다루던 그에게 대동물은 벅찼고, 불쑥불쑥 호출되는 일상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어쩌다 전원에 가게 된 배경은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개연성이 아쉽달까.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한지율은, 서울에서 수의사로 일하다가 갑작스럽게 할아버지의 위독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시골로 내려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모든 건 ‘병원 좀 도와달라’고 말하기 어려웠던 할아버지의 작전이었다. 오랜 시간 고생한 할머니와 여행을 가기 위해 병원 문을 닫을 순 없고, 그렇다고 손자를 부르자니 안 올 것 같고... 그래서 꾸며낸 ‘속임수’였던 것. 특이한 건, 드라마 내내 할아버지가 한 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고, 쪽지나 목소리로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초반엔 이 설정들이 와닿지 않아 끝까지 못 보겠다 싶었지만, 의외로 잔잔한 재미와 웃음을 주는 드라마였다. 어릴 적 봤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처럼 마음 편히 볼 수 있었고, 특히 2006년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를 떠올리게 하는 전원 배경과 정서, 도시 남자와 시골 여자 사이의 케미가 비슷하게 느껴져 반가웠다.
동네 아줌마들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중간중간 나름 긴장감도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긴장감이 허무하게 풀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주의 남사친이자 서브 남주가 둘 사이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 줄 알았는데, “너는 내 누나며 엄마며 동생이다”라는 한마디로 쿨하게 물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집안일하며 틀어두거나, 부담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엔 좋은 작품이다. 조이나 추영우를 좋아한다면 더욱 추천한다. 특히 이 작품 속 그들은 유난히 밝고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