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바깥

현재라는 선물

by 모은

달력을 넘겨본다.
아이들 개학까지는 이제 2주라는 시간이 남았다.

삼 남매가 겨울방학을 하고,
나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
아이들 줄 아침밥을 하고, 숙제를 봐주고,
점심을 먹인 뒤 집안일을 하고, 다시 저녁밥을 하는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틈틈이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 삶의 둘레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시간은 쓰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이름을 갖는다.
아이를 낳고 난 후 나의 시간은 대부분 크로노스의 시간이었다.
아이 셋을 육아하는 엄마에게는 카이로스의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는다고 여겼다.
나 스스로 내 삶의 테두리를 제한한 탓에,
그 바깥에 있던 카이로스의 시간을 깨닫지 못했다.

아이들이 잠든 후, 지난 사진첩을 넘기며 아이들과 보냈던 시간들을 돌이켜본다.

첫 생일 파티에 촛불이 무서워 오열하는 첫째와
그 모습이 귀엽고 웃긴 젊은 부부의 웃음소리.
첫째와 둘째가 처음 만난 날,
포대기에 싸여 있던 둘째를 요리조리 살피던 첫째의 얼굴.
뒤집기를 하는 셋째를 열심히 응원하는 첫째와 둘째.
나란히 어깨동무를 한 세 아이와, 그 뒤를 지키고 있던 우리 부부.


사진첩을 보는 내 입가의 미소가
그 시간들이 카이로스의 시간이었음을 증명한다.

사진첩을 넘기는 동안,
나는 이미 그 시간의 바깥에 서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2주의 그 시간들도
이미 다른 이름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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