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제주는 변덕스럽다.
하루는 비가 쏟아지더니, 하루는 안개가 발치까지 내려앉았다.
첫날 비 내리는 제주는,
오랜만이라는 반가운 마음과 여행의 시작이 주는 설렘으로 나름 운치 있었다.
하지만 둘째 날 짙게 내린 해무는
더 이상 반갑지 않았다.
계획했던 일정에 하나둘 차질이 생기더니, 급기야 이번 여행의 킬링 일정이었던 돌고래 유람선 투어마저 취소되어 버렸다.
이번 여행은 올해 칠순을 맞이하시는 시부모님을 위한 것이다.
날 좋은 오월에 연휴가 끼어 있어 거의 일 년 전부터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시부모님과 형님네, 우리 가족까지 모두 열 명이나 되는 대식구여서 비행기 티켓부터 숙소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런데 날씨마저 이러니 여간 속상한 게 아니었다.
결국 남은 일정을 모두 수정했다.
실내 전시인 아르떼 뮤지엄으로 유람선을 대신하고,
다음 날 예약해 두었던 숲 체험은 취소한 뒤, 전날 비가 와서 하지 못했던 바닷가 모래놀이로 바꾸었다.
일정이 바뀌며 동선도 틀어져 예약했던 음식점들도 모두 취소하고 다시 알아봐야 했다.
어른들을 모시고 가는 첫 여행에 잔뜩 긴장한 둘째 며느리가 안쓰러워 보이셨는지,
아버님과 어머님은 가는 곳마다
“우린 다 좋다. 음식도 다 맛있다.”라고 하셨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완벽한 여행이라 믿었던 내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다.
불편하신 무릎 탓에 매일 진통제를 드시면서도
‘괜찮다’며 웃으시는 아버님을 보니,
자주 함께 있어 드리지 못함에 못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날의 제주는 흐린 이틀을 보상이라도 해 주듯 맑았다.
우리는 체크아웃하기 전,
묵었던 숙소 마당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날 이후로 여행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맑은 하늘은 거의 없었지만,
사진 속 얼굴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