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등교 후, 남겨진 집은 요란하다. 가지고 놀던 인형과 보다 만 잡지, 애착 이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것들을 정리하고 너저분해진 식탁을 닦으며 문득 생각한다.
‘오늘 저녁은 뭐 하지?’
깔끔하게 닦인 식탁과 달리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주부가 된 지 10년이 되었음에도 저녁 메뉴는 여전히 고민스럽다.
바쁜 아침에는 늘 대충 먹게 되고, 학교에서 먹는 점심도 제대로 먹는지 어쩐지 알 수 없다. 간식이라고는 밖에서 사 먹는 합성첨가물 가득한 군것질과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이 고작이다.
그러니 저녁밥이라도 ‘제대로 된 밥’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여기서 ‘제대로 된 밥’은 배달 음식이나 냉동식품이 아닌, 좋은 재료를 사용해 직접 만든 건강한 ‘집밥’이다.
마음이 이렇다 보니 저녁밥에 대한 무게는 점차 무거워졌고, 하루의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다.
어쩌다 부모님이 오셔서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해다 주시는 날이면, 그날은 저녁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연다. SNS에는 참고하기 좋은 레시피가 넘쳐난다. 화면 속 식탁은 늘 정갈하고 풍성하다. 필요한 영양소는 빠짐없고, 아이들은 남김없이 잘 먹는다.
‘이렇게만 차려 주면 우리 아이들도 잘 먹을까.’
그 생각이 닿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얼른 휴대폰을 내려놓고 냉장고 문을 연다.
불고기는 며칠 전에 먹었다. 두부가 눈에 띈다.
두부를 굽고 김치도 같이 볶아 줘야겠다. 된장찌개와 샐러드도 곁들이면 좋겠다.
둘째는 샐러드를 안 먹으니 오이를 깎아 쌈장과 함께 내야 한다.
아무거나 잘 먹는 첫째, 막내와 달리 둘째는 유독 입맛이 까다롭다.
이렇게 메뉴만 정해 놓아도 한결 낫다.
이제 불을 켠다. 스테인리스 팬을 올리고 예열을 위해 타이머를 3분에 맞춰 둔다. 스테인리스 팬은 사용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최근에 건강을 위해 코팅 팬에서 스테인리스 팬으로 바꾸었는데, 예열 없이 요리를 하면 거의 모든 재료가 팬에 다 들러붙어 버린다.
인플루언서들처럼 잘 차려서 먹이진 못해도 몸에 나쁜 것은 웬만해선 주고 싶지 않다. 같은 이유로 기름도 모두 올리브오일로 바꾸었다. 예열이 끝난 스테인리스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물기 뺀 두부를 썰어 굽는다.
저녁밥을 하는 과정은 종종 전투처럼 느껴진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다른 주전부리로 배를 채우기 전에 저녁 상차림을 끝내야만 한다.
김치를 볶고, 씻어 둔 채소에 소스를 뿌린다. 깜빡할 뻔한 둘째 몫의 오이를 급히 깎아 쌈장과 함께 내면 저녁밥이 완성된다.
상이 차려지고 아이들이 젓가락을 든다. 접시가 비워질수록 마음이 조금 놓인다. 오늘의 숙제는 일단 끝났다는 안도감이 든다.
전투 같은 저녁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하며 생각한다.
‘내일 저녁은 뭐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