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친구의 도움으로 펄프픽션을 블루레이로 보았다. 몇 번이고 보았던 영화이지만 블루레이로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
펄프픽션은 타란티노의 ‘장난’으로 점철되어 있다. 갑작스런 타이밍에 등장인물을 죽여 당황하게 만들고, 이야기를 뒤죽박죽 섞어서 이야기에 벗어나게 만들고, 욕과 함께 공격적인 대사로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영화는 앞으로 보이게 될 타란티노 영화의 프로토타입인 영화이다. 이야기를 섞고 불편하게 만들고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가면 갈수록 달인이 되어간다.
이런 ‘장난’들이 타란티노의 영화를 호불호 갈리게 한다. 그럼에도 나와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이 타란티노의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그 이유 중의 하나가 타란티노의 확고한 ‘정의관’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터프하고 거친 캐릭터의 대사에는 타란티노의 정교한 손길이 숨겨져 있다. 타란티노 영화에는 늘 ‘복수’가 있다. 이 ‘복수’를 정교하게 타란티노는 작업한다. ‘복수’ 당하는 인물은 누가 보아도 죽어 마땅하게 만들되, 너무 한 방향으로만 몰아 캐릭터가 단편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 ‘복수’하는 인물도 누가 보아도 ‘복수’할 법하게 만들지만 ‘선’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이러한 점이 타란티노식의 ‘복수’가 화끈하고 통쾌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