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를 보고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서울 어딘가의 횟집이었다. 학교 동료들과 광어인지 우럭인지를 시켜 술을 마시던 중, 짤랑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들어왔다. 당시, 그는 엄청 유명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영화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유명한 분이셨다. 나는 몰라 뵀지만 말이다. 그는 바로 구교환 님이었다.
그 이후, 구교환 님이 연출하고 출연하신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웃기면서도 슬프다. 특히 영화를 찍어보았던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모습, 자책하는 모습, 단편영화 감독들에게 조소를 보내는 모습, 모두 내 모습이다.
대학 시절, 나도 영화에 꽤 ‘미쳐 있었다’. ‘미쳐 있었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매학기 영화를 찍는데에 300만 원씩 쏟아붓는 ‘미친 짓’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기 위해, 300만 원이란 거금을, 그것도 학생신분으로써, 영화에 기꺼이 투자했다. 이는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 매 학기, 수 많은 학생들이 영화를 찍었고, 모두 수백 만원을 자신의 영화에 쏟아부었다. 그때를 돌아보면, 그 당시 우리들은 확실히 미쳤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내 대학 동기들 30명 중 현재 영화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상이 변한 탓도 크다. 10년 전부터 유튜브 시장을 통해 미디어가 범람하게 되었다. 이제 영화 대신 유튜브를 통해 웃음, 힐링, 감동을 얻는다. 덕분에 영화를 함께 찍던 동료들 대부분은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고 유튜브에 올라가는 다양한 영상을 만들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만날 때마다, 영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최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과거에 영화를 찍으며 겪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우리가 사활을 걸고 만든 영화들이 이제는 무용담으로 전락한 것일까?
단편영화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여기서 ‘실패’란 흥행에 실패했다는 의미로 제한해 보겠다. 밤도 세고 배도 굶어가며 영화를 완성 시켜보아도 영화제에 가는 것도 쉽지 않지 않을 뿐더러, 애초에 썩 괜찮게 만드는 것조차 어렵다. 요새 세상에 유튜브라는 매체가 있지만, 애초에 유튜브에 올릴 용도로 단편영화를 찍는 것 자체가 수지타산에 맞지 않을 뿐더러 올린다 치더라도 조회수 100을 넘기기도 힘들 테다. 이러한 불확실성, 비효율성 때문에 영화 지망생들은 영화를 그만두게 된다. 그 영화들은 의미가 없어진 걸까?
비록 서툴고 재미없었더라도, 수백 만원을 쏟아 부으며, 날밤을 지새우며 만든 영화에는 에너지는 남겨져 있다. 그래서 나도 이 영화에 나온 구교환 님처럼 영화를 수집하러 다니려 한다. 이런 행위가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더 기억이 희미해 지기 전에 감독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이 영상들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네의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있다 생각한다.
언젠가 다시 구교환 님을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영화 링크-
https://youtu.be/j9QzZ5hwDhA?si=CeQGxWZiVaNUjGg8